[뉴스분석] 박근혜 ‘여당 내 엇박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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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右)가 친박계인 홍사덕 의원을 찾아가 박근혜 전 대표의 19일 발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9일 던진 ‘직권상정 시 반대표’ 발언의 여진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친박계 중진들이 당일 즉각 수습에 나서면서 겉으론 일단 사태가 진정된 것처럼 보인다. 20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물밑에선 박 전 대표의 의중이 뭔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는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정국 대치의 분수령이 된 것은 이미 여러 차례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월 초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들이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1차 입법 전쟁’을 무산시켰다. 3월엔 미디어법 처리 문제와 관련, “야당도 처리 시기를 못 박는 것은 받아야 한다”고 압박해 미디어법 6월 표결 처리 합의가 이뤄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이번엔 박 전 대표가 왜 이런 말을 한 것일까.

박 전 대표와 직접 접촉한 의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박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어떤 내용의 미디어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려는지 의원들에게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데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또 여기엔 자신이 합의를 강조하면서 나름의 중재안도 제시했지만 지도부가 소홀히 여기고 있다는 서운함도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외부 자문교수 등을 통해 오랫동안 미디어법 문제를 들여다본 것으로 안다”며 “자신의 중재안이 여야 타협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박 전 대표와 주류 측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생긴 해프닝이란 얘기도 나온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한 친박계 인사의 얘기를 듣고 기자들에게 “박 전 대표도 표결에 참석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정을 몰랐던 박 전 대표는 안 원내대표의 발언이 일방적인 언론플레이라고 생각하고 순간적으로 강한 어조의 반박을 내놨다는 것이다.

정치적 해석도 분분하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충청연대론’이나 본격적으로 몸을 풀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는 것이다. 친박계는 펄쩍 뛰지만 친이계에선 이 같은 의심을 품는 의원이 많다. 한 친이계 의원은 “지도자라면 당이 어려울 때 전면에 나서 이끌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과거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장학회는 지금도 MBC와 부산일보의 지분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 자신이 신문·방송의 겸영에 관여했기 때문에 미디어법 개정의 필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론 독과점 문제에서 한나라당이 원안보다 다소 양보한 안을 마련한다면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에 반대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정하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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