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콩가루 집안 … 여당 이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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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부 사정이 이해가 안 간다. 콩가루 집안처럼 별 이야기가 나오고, 먼저 당론도 정하지 않은 채 협상에 나선 건가.”

자유선진당 이회창(얼굴) 총재가 20일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본회의에 참여한다면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참여할 것”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한나라당이 보인 내부 혼란에 대해서다.

이 총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와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거듭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그는 “요즘 여당인 한나라당의 행동을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며 “여당 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면 어떻게 대외적으로 야당을 설득하고 협상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먼저 내부의 의견을 조율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한·자 동맹’(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간의 연대)에 비춰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그동안 선진당은 국회 개회와 비정규직법·세종시특별법에 이어 미디어법 처리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박근혜 전 대표가 내놓은 미디어법 대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매체 합산 30% 이내로 하자’는 박 전 대표의 대안에 대해 이 총재는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점유율 30%를) 사전 규제나 허가의 기준으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신문시장 점유율은 나와 있지만, 방송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실제로 하기 전에는 모른다. 일단 허가한 다음에 30% 점유율이 넘으니까 취소한다고 할 수는 없잖은가”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여야 간에 정말 손바닥·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협상했으면 좋겠다”면서도, “국회법에 따른 절차이기 때문에 협상이 안 된다고 끝까지 끌 수는 없다”며 최후 수단으로서 직권상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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