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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창업] 1억5000만원으로 내 가게 내고 싶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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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승씨(右)는 올해 말 창업이 목표다. 자문단은 자전거 판매, 피부관리점 등의 업종을 추천했다. 최씨가 서울 잠원동 ‘행복한 자전거’의 이병익 사장으로부터 자전거 창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강정현 기자]

최희승(47)씨는 외국계 항공사 이사를 지내다 지난해 6월 퇴직했다. 항공사 10년을 포함해 여행사에서 7년, 광고제작사에서 3년 일했다. 2001년부터 4년 동안 부인과 함께 서울 대학로에서 맥주 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퇴직 이후 최씨는 재취업을 하려 했지만 여행·항공업계의 사정이 좋지 않아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창업 쪽으로 방향을 틀고 올 연말께 자신의 점포를 내려 한다.

그는 “직장에서 주로 영업이나 마케팅 업무를 했기 때문에 판매업종을 창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인이 점포 운영을 맡으면 자신은 대외 영업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몇몇 업종에 관심을 두긴 했지만 건강식품 판매대리점의 사업설명회에 가본 정도다. 창업 관련 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 창업비용은 1억5000만원가량을 예상한다. 5000만원 예금에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보탤 생각이다.

창업 계획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최씨는 본지에 ‘인생 2모작 프로젝트’ 창업컨설팅을 의뢰했다. 그를 상담한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영업을 해봤고 서비스 정신도 있어 창업에 알맞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판매업의 동향을 보면 소자본 창업자의 입지가 사라지는 추세”라며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 등에 밀리고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판매업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자본 창업은 진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완전경쟁 시장이다. 웬만한 판매업이 장사가 잘 되면 인근에 경쟁 점포가 생긴다는 얘기다. 최씨는 1억5000만원을 투자한 뒤 매달 500만~600만원 정도를 벌고자 한다. 강 대표는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점은 다행이지만, 웬만한 판매업은 기업의 명절 선물세트를 따내는 등의 영업력이 없으면 인건비 수준 이상을 벌기 어렵다”고 말했다. 창업 아이템을 판매업에 국한하지 말고 서비스업으로 확장하라는 주문이다.

소상공인지원센터장을 역임한 한상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상근부회장은 “예비 창업자라면 교육부터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소상공인센터 등에서 실시되는 무료 창업교육을 받고, 무보수로라도 희망업종에서 실습을 해보라는 것이다.  

글=김성탁 기자, 김주성(고려대 언론학부) 인턴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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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아이템은 잊고 뜨는 업종에 올라타라

20년간 직장에서 주로 영업·마케팅 업무를 했던 최희승左씨. 그는 부인과 함께 자신의 가게를 꾸려갈 계획이다. 최씨가 자문단이 추천한 서울 용산의 피부관리점 ‘아로마러버’를 찾아 윤동연 이사로부터 점포 운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작은 사진은 최씨가 피부팩을 받기 위해 누워 있는 모습. [강정현 기자]

“묻어가는 게 좋다. ‘뭔가를 새로 만들어내면 어떨까, 업종은 별로더라도 서비스를 접목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위험하다.” 강병오 대표가 최희승씨에게 던진 첫마디다. 창업은 시장에서 ‘먹히는’ 트렌드를 타는 게 안전하다. 불황으로 그런 업종을 찾기 어렵지만, 강 대표는 최씨가 도전해볼 만한 몇몇 업종을 추천했다.

업종 고르기 자전거 판매, 피부 관리, 피트니스 클럽…

최씨는 골프와 스키, 야구를 즐겼다. 퇴직 이후에는 등산을 자주 한다. 첫 번째 추천 업종은 자전거 판매점. 한때 애완동물전문점이 상한가를 쳤는데, 초기 창업자는 돈을 벌었다. 요즘 자전거가 열풍이다. 보편화를 넘어 개성화 시대로 간다. 누워 타는 자전거, 유모차와 연결하는 자전거까지 찾는다. 영업력이 있다면 온라인 마케팅도 가능하다.

값비싼 스파와 가격파괴 피부관리점의 중간 가격대를 표방한 스파피부관리점을 살펴보라. 부인이 관련 자격증을 따야 한다. 점포가 1층에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교적 넓은 점포도 2억원 미만에 창업할 수 있다. 피부관리 업종도 진화하는 중이다. 천연 유기농화장품을 재료로 한 숍이 직장인 사이에 인기다. 화장품도 같이 파니 영업력을 발휘할 여지도 있다.

강 대표는 이 외에 30분 동안 기구를 이용해 주부들이 순환운동을 하는 외국계 피트니스클럽 프랜차이즈와 각종 대학생 행사에 음식과 물품을 준비해 세팅해 주는 파티큐 사업을 검토해 보라고 권했다. 강 대표는 “최씨는 익숙한 업종에 끌리는 경향이 있는데,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뜨는 업종을 골라야 한다”며 “부자들은 경험해 보지 않은 분야에서 돈을 번다”고 강조했다. 낯선 업종이라면 매장을 찾아가보고 점주를 만나 예비창업자라고 소개하며 매출액 등을 솔직히 물어 보라.

자금 구하기 예상치의 1.3배 준비 … 소상공인지원센터 찾길

한상만 부회장은 “초보 창업자는 최소 자금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첫 번째 사업은 까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묶인 자금이 크면 사정이 좋지 않아도 빠져 나오지 못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예상보다 30%가량 돈이 더 든다.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창업자금이 있다. 지역별 소상공인지원센터 등에 신청하면 된다. 자금을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한다. 임차계약서와 사업계획서도 필요하다. 자금은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주는데, 미리 12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놓으면 사업자등록증을 내는 날 신청이 가능하다. 지자체 지원자금은 서울의 경우 3000만원까지고 대개 이자가 연 4%가량이다. 1년은 이자만 내고 4년 동안 분기별 상환한다. 사업 시작 후 3개월 동안의 영업실적에 따라 5000만원까지 저리로 빌려주는 정부 자금도 있다. 70%는 4년에 걸쳐 갚고 30%는 5년째에 낸다. 올 들어 창업 수요가 폭증하면서 남은 자금이 없을 수 있으므로 소상공인센터 등에 문의하라.

프랜차이즈로 창업할 때는 대표자의 경력을 가장 먼저 살피라. 누가 경영하는지가 관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이트에 올라 있는 정보공개서도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자전거 점포서 서너달 수습처럼 일 배우길”
이병익 사장의 도움말

‘인생 2모작 프로젝트’ 창업컨설팅에서 최희승씨는 자전거 판매점, 피부관리점, 여성 전용 헬스클럽 등을 추천받았다. 최씨는 피부관리점과 자전거 판매점 프랜차이즈본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그는 서울 잠원동에서 ‘행복한 자전거’ 점포를 운영 중인 이병익(44)씨를 만나 궁금한 점을 물었다. 이씨는 정보기술(IT) 업체 부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찾다가 지난해 2월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제품 공동 구매를 통해 원가를 줄이려고 ‘행복한 자전거’라는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현재 같은 간판을 쓰는 점포가 다섯 곳인데 조만간 정식 프랜차이즈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브랜드로 창업하려면 최초 1년 가맹비가 300만원이고 보증금이 있다. 2년 차부터는 공동 구매로 매입 시 할인받는 금액 중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다음은 최씨와 창업 선배인 이씨의 문답.

-자전거 판매점 창업자가 지녀야 할 자질은.

“판매 업종이니 외향적인 성격이면 좋다. 자전거를 분해·조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이 필요하다. 그런 내용을 교육시켜 주는 기관이 세 곳 있는데 모두 사설이다. 보통 80시간 교육에 250만~300만원을 받더라. 교육 후에는 3~4개월 가량 일선 점포에서 수습처럼 일해 보는 게 좋다.”

-자전거 공구를 다루는 일이 고난도의 숙련을 필요로 하나.

“개인차가 있지만 어린 시절 프라모델 정도를 조립해 본 적이 있다면 충분하다. 교육받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자전거 판매를 잘하기 위한 방법은.

“본인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라. 나도 점포를 연 직후에는 사업에만 치중하다 보니 자전거를 탈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인근 주민센터와 연계해 자전거 교육도 한다. 이런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

-MTB와 생활자전거 중 어떤 자전거로 사업을 시작해야 하나.

“매출은 MTB가 50~6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자전거 도로 확충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자전거 붐이 일고 있어 쉽게 탈 수 있는 생활자전거도 인기다. 어떤 자전거를 주력으로 할지는 점포 입지에 따라 결정하라. 후보지를 선정하고 최소 일주일 동안은 그 지역 사람들이 주로 어떤 자전거를 타는지 관찰하라.”

-49.6㎡(약 15평) 정도의 점포로 시작할 때 임대료를 뺀 창업 비용은.

“주력 상품이 뭐냐에 따라 다르지만 생활자전거부터 MTB까지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려면 5000만원 정도 든다.”

-인터넷 쇼핑몰도 많은데 오프라인 매장이 장사가 될까.

“MTB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이 같다. 오프라인이 싼 경우도 있다. 수입상에서 통제하기 때문이다. 생활자전거의 경우 인터넷과 오프라인의 모델 자체가 다르다.”

-행복한 자전거에서 직수입하는 제품이 있나.

“없다. 수입상을 통하고 있다.”

-서울 잠원동 점포 정도의 규모(49.6㎡)를 운영하려면 매출액이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하나.

“점포 임대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임대료를 제외하고 직원 두 명을 고용한 상태라고 하면 월매출이 세전 5000만원은 돼야 한다. 자전거 마진은 20% 정도다. MTB가 제품 자체의 가격은 높지만 마진율은 생활자전거에 비해 처진다. 자전거는 한 대를 팔면 판매액의 20% 정도가 부품 구매 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단골 고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많은 잠재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동호회나 카페 등을 만들거나 참여하라.”

-자전거 판매점이 최근 늘고 있는데 위협 요소는 뭔가.

“경쟁 점포가 생기는 게 가장 큰 위험 요소인데 그들과 가격 경쟁을 하려 하지 말라. 서비스도 뒤쫓지 말고 충성 고객, 고정된 고객을 만들어야 한다. 이 업종은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이다. 서비스 정신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 고객이 최고라는 초심이 흐트러지면 고객은 바로 떠난다.”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굉장히 심하다. 특히 겨울은 자전거 시즌이 아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나는 겨울철을 대비한 아이템을 새로 구상 중이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바이커들을 위해 방문 정비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직접 자전거를 받아다 정비 후 배달하는 서비스다. 겨울을 대비해 스키숍을 겸하는 점포도 많다. ”

-종업원은 얼마나 둬야 하나.

“기술자 한 명 정도가 필요하다. 연봉은 2000만원 수준이다. 그들이 손님을 많이 상대하기 때문에 전문 자전거 교육을 받은 사람이 좋다. 자전거 부품은 호환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부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게 고객 응대에서 매우 중요하다.”

-행복한 자전거 가맹점이 되면 어떤 지원을 해 주나.

“예비 창업자가 점포를 낼 수 있는 지역에 대한 실사를 함께한다. 어떤 아이템이 좋을지 함께 봐 주고 초도 물량 구성을 지원한다. 점포 문을 연 뒤에는 제품의 수·발주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IT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점포 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

-창업해 보니 어떤지.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관리해야 할 부분이 많아 힘들지만 마음은 편하다. 자전거는 큰 돈 욕심 안 내고 안정되게 할 수 있고, 내가 즐기면서 사업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이번 주 자문단

●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수백 건의 가맹 본사 및 가맹점 컨설팅을 해외 실무와 이론에 모두 밝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창업대학원에서 창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유통학회 프랜차이즈분과위원장도 맡고 있다.

● 한상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상근 부회장

10년가량 소상공인 지원업무를 맡으며 예비창업자를 위한 컨설팅을 해왔다. 한국생산성본부 기업상담책임연구원과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중앙센터장을 거쳐 서울시동대문·영등포 소상공인지원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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