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정치 불안여파 세계증시 또 동반폭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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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도쿄 = 김수길.이철호 특파원] 러시아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각국 증권시장이 연거푸 동반폭락의 악순환에 빠지는 등 세계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또 아시아 금융위기.국제 원자재값 하락.외국인투자 이탈 등으로 인해 중남미. 중동. 동유럽 금융시장들이 잇따라 혼란에 빠져 자칫 전세계적 경기침체도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공산당 등 야당의 정치적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외환거래가 3일째 중단되고 있으며 루블화 가치도 한때 시중은행간에 달러당 11.5~12.5루블로 거래되는 등 상승세를 보이다 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28일 도쿄 (東京) 금융시장에서 닛케이 (日經) 평균주가는 미.유럽증시의 폭락에 영향 받아 개장초부터 폭락세로 출발해 3.5% 폭락한 13, 915.63엔을 기록, 지난 86년 3월 이후 12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미끄러졌다.

이에 따라 홍콩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증시가 동반하락하는 양상을 반복했다. 이런 현상은 이번주에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엔화가치는 러시아.중남미 위기가 일본에 가하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 대두 등에 힘입어 달러당 1백40엔대 (종가 1백43.30엔) 로 급등했다.

이에 앞서 27일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러시아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랭해 사상 세번째 하락폭인 357.36포인트 (4.2%) 나 미끄러지면서 8, 100대로 주저앉았다.

유럽에서도 이날 독일.영국.프랑스증시가 각각 3~4%대의 내림세를 기록했으며 신흥 개발도상국 시장의 유동자금 이탈현상 등으로 인해 중남미. 동유럽 증시도 큰 폭의 하락을 면치 못했다.

미국 시카고. 뉴욕의 상품거래소에서는 금. 원유. 콩 등 17개 원자재값을 가중평균해 산출하는 상품가격지수가 이날 195.38을 기록해 21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서방선진7개국중 원자재수출 비중이 큰 캐나다의 달러가치는 사상최저인 미국 달러당 1.58선으로 하락했다.

한편 이날 런던 금시장에 러시아. 남아공. 캐나다의 대규모 금매각 예정설이 나돌면서 금값은 온스당 6.35달러나 폭락한 2백72.50달러까지 떨어져 19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아시아 위기가 러시아에 이어 동유럽. 중남미 등으로 퍼질 경우 미국. 유럽 등 선진국경제도 체질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미국주가 하락 → 금리인하 가능성 증대 → 엔화가치 안정 등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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