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터널 부실방치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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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철 안산선 안산터널의 결함을 둘러싸고 같은 철도청 산하의 두 기관이 2년 넘도록 벌여온 '책임 떠넘기기' 는 관료행정의 심각한 병폐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 기관은 철도건설본부와 서울지방철도청. 시민들은 자신들이 매일 이용하는 전철에 중대한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2년째 까마득히 모른 채 '안전볼모' 가 돼야만 했다.

◇ 책임공방의 전말 = 하루 이용승객만도 5만명에 달하는 안산선의 반월~상록구역 구간 안산터널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은 2년전인 96년 8월. 서울지방철도청의 용역으로 정밀 안전진단을 한 은진건설엔지니어링은 ^애초에 설계를 변경해 시공했고^지반을 받쳐주는 그라우트 (GROUT)가 용탈 (溶脫) 된데다^시멘트량 부족, 흙이 섞인 골재사용으로 인해 심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으며^철근피복이 과다해 인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급한 보수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철도청은 9월 12일 철도청장과 건설본부측에 안전진단 결과를 동봉한 공문을 보내 "열차 안전운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우려되니 빨리 보강해 달라" 고 요청했다.

이에 대한 회신이 없자 서울지방철도청은 한달뒤인 10월 30일 또다시 "시급히 보수해 달라" 고 촉구하는 공문을 냈다.

그러자 건설본부는 같은해 12월 시공사인 동아건설측에 지시해 터널안의 금간 부분에 대한 땜질 (에폭시보강) 작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87년 공사 도중 붕괴사고가 발생했고 설계변경에 부실공사의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이 터널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완치' 가 불가능했다.

보수작업이 끝난 지 석달만에 서울지방철도청은 "근본적 대책이 못되니 다시 대책을 세워달라 (3월 6일)" 고 요구했고, 건설본부의 답변은 "추가조사후 조치하겠다" 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철도청은 "조속한 조치를 취하기로 해놓고 재조사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 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 전문가 동원 대리전 = 서울지방철도청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건설본부측은 다른 방법을 택한다.

전문가를 동원한 것이다.

건설본부는 다른 전문기관에 용역을 줬고 97년 4월부터 11월까지 무려 7개월간 이뤄진 조사결과는 "96년 12월의 보강공사로 안정화됐다" 는 것이었다.

이 용역비는 시공사인 동아건설이 댔고 그동안 건설본부는 "지금 조사중" 이라며 보강공사를 계속 뒤로 미뤘다.

97년 12월 열린 안산터널 보강관련 자문회의는 두 기관이 전문가 집단까지 동원해 서로 대리전을 펴는 양상이 벌어졌다.

◇ 한국도로교통협회 진단 = 기관들끼리 2년간 갑론을박만 계속하는 동안에 올 6월 한국도로교통협회는 다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결과는 "빨리 근본적인 보강작업을 해야 한다" 는 것이었다.

대대적 보수공사를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도대체 누가 터널부실화의 책임을 지고 비용을 댈 것이냐" 를 놓고 건설본부와 시공사가 맞섰다.

결국 2년만에 건설본부와 시공사가 부랴부랴 "일단 보수공사부터 하고보자" 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철도건설본부 최승룡 (崔勝龍) 토목과장은 "광범한 조사를 했고 안전도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지 않아 시간이 걸렸다" 며 "전문가들에 의해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에 시공사인 동아건설과 협의를 거쳐 올해 안으로 보강작업에 들어가겠다" 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김종혁.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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