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실 조직 옛 수준 '재건'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 공보실 (실장 吳효鎭) 이 기능강화를 위해 조직.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혀 "정부개혁에 역행한다" 는 비난을 사고 있다.

吳공보실장은 25일 "공보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과 기능을 보강하겠다" 고 밝혔다.

옛 공보처의 기능중 문화관광부로 옮겨진 신문. 방송. 잡지. 해외홍보기능을 공보실로 가져오고 인력도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총리산하 기관인 공보실이 사실상 공보처로 부활하는 셈이다.

이는 지난 연초 있었던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취지와 상반된다. 당시 정부조직개편위원회는 '공보처 폐지' 라는 김대중당선자의 공약에 따라 공보처를 없애고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과거정권에서 언론을 장악.통제하던 공보처의 역기능을 우려해서다.

공보실의 위상강화 방안은 그동안 공보실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다는 일부의 비판과 무관치 않다.

특히 많이 지적돼 온 문제점은 吳공보실장이 옛 공보처장관을 대신해 맡은 정부대변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대변인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의 최고 토론장' 인 국무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만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부분의 국무회의에는 박지원 청와대공보수석이 참석해 그 내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한다.

'정부의 입' 이 정부대변인 자격을 지닌 공보실장이 아니라 대통령의 참모인 청와대 공보수석이 되는 기현상이 관행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吳실장이 총리의 공식.비공식일정에는 거의 수행한다.

총리의 행차에는 공식수행원과 경호원외에 의전비서관.비서실장, 관계부처 장.차관까지 수행하므로 공보실장이 꼭 동행할 필요가 없는데도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공보실장은 정부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총리를 대변하는 사람" 이라고 비판한다.

결과적으로 총리에게 부담을 준다는 것. 문제는 주어진 역할을 못하는 이같은 상황이 조직과 인원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보실은 일단 국무회의에서 직제 (職制) 를 고쳐 인원을 늘리고, 정기국회가 열리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신문.방송업무 등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인원을 다시 늘린다는 것도 '작고 효율적인 정부' 라는 새 정부의 개혁의지에 위배된다.

더욱이 공보실이 인원을 늘리는 방식은 이달말로 직권면직되는 별정직공무원의 자리를 새로 만들어 재임용하는 것인데, 이는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인 '직권면직 (정리해고)' 제도를 사실상 유명무실화하는 것이다.

특히 방송행정 관련기능의 경우 방송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기관이 아닌 통합방송위원회로 기능을 옮기기로 결정돼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기만 기다리는 사안이다.

정부기관에서 떼어 내기로 한 기능을 법도 통과되기 전에, 개혁안을 한번 시험하지도 않고 정부에서 다시 가져가겠다는 얘기다.

당장 25일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야당의원들이 "신문.방송을 국정홍보의 도구로 삼겠다는 의도로 의심된다" 며 반박하고 나섰다.

정부구조 개혁이 이뤄진 지 불과 6개월. 성급하게 개혁취지를 훼손하는 것보다는 개혁안으로 탄생한 정부구조의 틀속에서 스스로 직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게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

오병상.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