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왕위전]이창호 - 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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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건곤일척의 天地大覇

제6보 (108~137) =좌하에서 혈풍이 분다.

패의 질기고 요사스러움과 그로 인한 수백가지 변화들이 용암처럼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다.

프로기사들도 이런 식의 싸움 - 가슴을 짓누르는 부담감과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복잡함 - 을 좋아하는 이는 별로 없다.

사람이란 누구나 산뜻하고 간결하며 명백한 것을 좋아하게 마련이니까. 曺9단은 그러나 바둑이 유리한데도 이런 진흙탕 싸움터를 향해 스스로 걸어들어갔다.

국후 왜 그랬느냐고 묻자 그는 "물러설 수는 없잖아" 라고 했다.

싸움은 복잡했으나 동기는 간단했다.

외길 수순을 거쳐 112부터 패싸움 개시. 양상국8단이 "백의 괴로움은 한 수로 귀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팻감도 마땅찮다" 고 말한다. 그렇다. 바로 그 점이 백의 약점이다.

그런데 曺9단은 李왕위가 128로 패를 썼을 때 129로 반격해 오히려 건곤일척의 승부로 나갔다.

이제 패는 한 수면 끝. 좌하의 총 사활은 1백집을 상회한다.

曺9단은 길게 끌지 않고 계산이 먹혀들지 못하게 아예 끝장을 보려는 것이다.

137때가 기로였던지 李왕위의 고심어린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만약 불청해 '참고도' 처럼 된다면 흑이 대승한다 (115.121.127=, 118.122.130=112) .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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