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시민운동가 잇따라 제도권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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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야인사와 시민운동가들의 제도권 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여권 핵심부의 '개혁주체세력 형성과 지지기반 확장'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근본적인 파워 엘리트 집단 재편시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이런 현상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제2의 건국' 선언을 전후해 두드러진다.

金대통령은 오래전 시민단체의 개혁참여운동 확산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제2건국 운동을 과거 박정희 (朴正熙) 시대의 새마을운동과 같이 범국민적으로 전개하되 정부주도가 아닌 시민운동 차원에서 진행되도록 유도하고, 이 운동을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회장 姜汶奎)가 중심이 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姜회장은 전형적인 'Y맨' 으로 한평생 YMCA운동 등에 종사해온 순수 시민운동의 1세대.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영삼정권의 개혁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개혁주체세력 부재 (不在) 탓이란 결론을 얻었다" 며 "오염되지 않은 재야.시민운동 세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개혁주체세력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와 정치권뿐만 아니라 재벌.관료사회.언론 등 기득권 세력을 개혁하는데 있어 현정권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며 "재야와 시민운동 단체들을 지원, 이들로부터 개혁의 에너지를 얻으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입증하듯 새 정권 출범 이후 제도권에 들어온 재야 내지 시민운동 출신 인사들의 면면은 다양하지만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

한승헌 (韓勝憲) 감사원장서리와 박권상 (朴權相) 한국방송공사사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최장집 (崔章集) 위원장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감사원의 부정방지대책위원회와 KBS 이사진 등에도 과거 여권세력과 대립관계에 있던 인사들이 대거 진입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진보성향의 지식인이거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 등의 시민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다.

또 이들의 면모도 그러려니와 그들이 포진한 조직이나 새로 결성한 단체 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두 정치권 등을 사이드에서 압박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다.

金대통령의 개혁 전위대라고도 할 만하다.

이런 점에서 특히 주목되는 인물은 강문규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장. 그는 대표적인 구여권 지지기반으로 회원 2백30만명, 기금 5백억원을 보유하고 올해만도 25억원의 재정지원을 받는 (내년부터 중단) 매머드 사회단체의 수술에 나설 참이다.

"조직내 수구세력을 솎아낸 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생활운동을 벌여 가겠다" 는 姜회장의 말에 새마을조직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시민운동가 임삼진 (林三鎭) 녹색교통운동 사무총장은 "새마을운동 조직은 전국 읍.면.동까지 거미줄처럼 퍼져 있어 기왕의 모든 시민.사회.재야단체의 조직을 합한 것보다 훨씬 크고 영향력 있는 단체" 라며 "이 조직이 아래로부터 움직이면 개혁정책은 엄청난 탄력을 받게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사정은 반공단체로 15개 시.도지회, 2백25개 시.군.구지부, 3천여개 읍.면.동지도위에 23만명 회원조직을 갖춘 한국자유총연맹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지원하에 9월초께 그 (주체) 윤곽이 드러날 것" 이라고 예고했다.

김두우.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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