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 소도시의
노래방 종업원입니다.
약혼녀가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결혼도 미룬 채
월세방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네, 그놈의 34억원짜리
로또만 아니었어도
우린 내년이면
주위의 축복을 받으며
부부가 될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깜빡하고 사지 않았다"
"친정에 두고 왔다"
변명 끝에
로또와 함께 사라진 그녀.
'인생역전'의 꿈을 꾸며
매주 부지런히 사던
로또복권이었습니다.
없이 살아온 우리가
돈 문제로 이렇게
다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법정까지 가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이 모든 것이 오해라 해도,
그녀가 잘못을 뉘우치고
34억원과 함께 돌아오더라도,
저희는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녀를 찾아 헤매다 주저앉은
길바닥엔 클로버가 천집니다.
로또 1등의 행운아인
제 눈에도 네잎 클로버는
눈에 잘 띄지 않네요.
누가 그랬던가요.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세잎 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고….
저희가 바랐던 건,
저희가 감당할 수 있었던 건
거액의 로또 당첨 같은
행운이 아니라
행복이었나 봅니다.
천지에 널린 세잎 클로버 같은.
*최근 세금을 뗀 34억원의 로또 1등 당첨금을 손에 쥔 약혼녀가 함께 살던 약혼자를 버리고 잠적해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권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