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00여명 집단입국] 버스 창밖으로 'V' 그리며 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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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탈북자 1진 230여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는 오전 9시5분쯤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 30여분쯤 머물던 이들은 곧 45인승 대형 전세버스 6대로 옮겨탔다. 관계기관은 도착과 이동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모든 과정을 공항 안쪽 깊숙한 곳에서 진행했다.

버스 6대에 나눠 탄 탈북자들은 오전 10시10분쯤 경기도 안산의 중소기업연수원을 향해 떠났다. 버스에는 커튼이 내려져 있었으나 일부 탈북자는 커튼 사이로 창밖을 내다보며 취재진에게 손으로 '브이(V)'자를 만드는 등 여유를 보였다. 버스 안에서는 다수의 여성과 어린이가 눈에 띄었다.

공항을 출발, 연수원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버스는 속력을 냈다. 정부는 호송을 위해 별도로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다. 국정원 관계자들이 탄 중형버스가 선도하는 정도였다. 낮 12시쯤 연수원에 도착한 이들은 곧바로 건물 내부로 들어가 비공개리에 점심식사를 했다. 연수원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들 모두 표정이 밝고 즐거워 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스스럼이 없었고 모자라면 더 가져다 먹기도 했다. 가족끼리 모여 오순도순 식사하는 모습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탈북자들의 표정은 한국에 도착한 것에 감동받은 듯 즐겁고 발랄했다"며 "입고 있던 옷들도 깨끗해 보였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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