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젖은 농산물 작황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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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상이변으로 가장 걱정이 되는 농산물은 바로 우리의 주식인 쌀이다.

농림부는 13일 올해 쌀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내년 이후 국내 식량수급에 어려움이 따를 우려가 있다는 공식 전망을 내놓았다.

농림부가 최근 계속되는 기상이변속 중장기적인 쌀 수급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이번 기상이변의 원인인 중국 양쯔 (揚子) 강 저기압대가 좀처럼 소멸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전역에 걸친 기상이변은 농산물 생산감축과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IMF체제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에 큰 짐이 될 것 같다.

◇실종된 여름 = 올 여름철 (6월1일~8월10일.총 71일)에 비온 날은 강릉이 50일, 대구 42일, 부산 41일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서울과 강원지방의 8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0.6 (서울)~0.9도 (강릉)가 낮다.

비가 워낙 자주 오니 일조량도 크게 줄었다.

특히 8월중 일조량을 예년 평균치와 비교할 때 춘천 (29.5%).대전 (35%).강릉 (36.6%).대구 (49.5%) 등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농산물 작황 = 전체 벼 경작지 (1백4만㏊) 의 28%인 중생종 벼가 요즘 한창 이삭 패는 시기. 만생종 61%도 오는 24, 25일까지 출수기를 맞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햇볕이 부족하다.

일조량이 적으면 벼가 제대로 여물지 않고 이삭 도열병이 번진다.

과일도 햇빛을 쪼이는 시간이 단맛의 강도를 결정한다.

풋고추도 이 상황이 길어지면 무름병에 걸릴 수 있다.

김장용 배추의 경우 8월말이 씨를 뿌리는 시기라 아직은 여유가 있다.

침수된 논의 경우 하루가 지나기 전에 물을 빼면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이상 침수된 벼의 수확량은 20% 정도, 침수 상황이 사흘을 넘어서면 수확량은 40% 이상 각각 줄어든다.

◇쌀 수급상황 = 올해 쌀생산 목표는 3천3백94만섬. 그러나 요즘같은 날씨가 이어지면 잘 해야 3천3백만섬에 이르리란 전망이다.

그러면 쌀 재고도 1백만섬 이상 줄어들 수 있다.

한국은 양곡 총수요량 2천만t 가운데 사료용 옥수수와 밀.콩 등 1천4백만t을 수입하는 등 곡물의 해외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상황이 급해지면 우리가 의무적으로 들여와야 하는 양 (MMA) 보다 쌀 수입을 늘려야 할 텐데 문제는 중국의 홍수다.

12억 인구의 중국이 곡물수입을 늘리고 식량 부족사태가 초래되면 국제 곡물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이 쌀 수급에 문제가 커져 자체 수요의 15% (약 2천만t) 를 수입할 경우 세계 쌀교역량 (2천3백만t) 을 거의 차지해 쌀시장에 파동이 일 수 있다.

양재찬.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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