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이후 현대사 담은 '아! 대한민국' 기록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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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증기기관차가 달린다. 터널이 보인다.

잠시 어둠. 반대편을 빠져나오는 순간 "대한독립만세"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로부터 '박세리의 하얀 발' 이 페이드 아웃되는 1백분간. 우리의 53년 현대사 기록영상이 계속된다.

'호열자' '농민올림픽' '노천교실' '봉천동 암시장' '냉차' …. 해방 직후 여자의 저고리 밑으로 살충제 펌프질을 하는 모습을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50년대 후반 공무원들이 중앙청 텃밭에 콩을 심어 가꾸고, 창경원 연못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여는 장면들. 국립영상제작소가 4개월에 걸쳐 만들어 선보인 35㎜다큐 '아! 대한민국' 은 단순 필름모음의 차원을 넘어서 있다.

보통의 다큐멘터리가 정치.경제사를 중심에 놓고 있는 것과는 달리 문화.예술.생활상을 집중조명해 일반인의 정서를 자극하는 게 매력적이다.

이지완 (국립영상제작소 영화제작과장) 감독의 말. "미공개 필름은 없다.

하지만 정치를 배제하고 나니 느낌이 색다르다. 교육용으로 확대보급할 예정이다. "

이런 차원에서 '아! 대한민국' 은 14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상영을 한 다음 지방 주요도시를 돈다.

15일엔 KBS1TV (오후 3시20분).아리랑TV (오후 2시20분).K - TV (오전10시)가 각각 방영 예정. 그다음엔 비디오 테이프로 만들어 학교.공공기관등에 배포한다.

아쉬움 몇가지. 53년간의 질주를 1백분의 시간에 담는 건 숨가쁘다.

2시간30분쯤 이어도 지루하지 않을테다. 매듭부분에서 들려오는 '다 함께 힘껏 뛰자' 등의 구호는 상투적이다. 내레이션을 아이와 어른의 대화방식으로 처리했더라면 가슴 뭉클함이 더했을 것같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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