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은 우리가 일제의 굴레에서 벗어난지 53돌이 되는 날이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지 50돌이 되는 날. 정부에서는 '제2의 건국' 선언을 준비하고 각종 단체에서도 여러 행사를 마련하는 등 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도서출판 윤컴에서 출간된 '연도별로 보는 우리 삶의 기록' 시리즈. 1차분으로 '1945생 (生)' 부터 '1949생' 까지 5권이 나왔다.
출판기획가 우성흠씨가 해방 후부터 한 해 한 해 우리네 발자취를 차분하게 짚어냈다.
특히 내용이 딱딱한 종전의 현대사 관련서 (표 참조) 와 달리 독자들을 역사의 현장으로 흥미롭게 안내한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처럼 풍부한 시각자료를 동원하며 50여년 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 어렵고 힘겨웠으나 꿈만은 잃지 않았던 40년대 중.후반 풍경이 펼쳐진다.
친숙감을 주려고 '생' 의 제목을 붙인 것도 아이디어. 때문에 중장년층들은 흑백사진처럼 색바랜 과거에 젖어들고, 신세대들은 부모들의 겪었던 애환을 자연스레 확인하게 된다.
"역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느껴야 한다" 는 편저자의 취지가 반영된 결과다. 예로 50년 전인 48년편을 보자. 국내 최초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가 무대에 올랐고, 민족시인 윤동주의 유작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가 발간됐다.
마카오에서 밀수한 옷감으로 양복을 해 입은 '마카오 신사' 가 유행했고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극단 '여성소극장' 이 선보였다.
저자는 이처럼 문화.유행.패션 등 일상생활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또한 제주도 4.3항쟁, 김구의 북한행, 95.5%의 투표율을 보인 5.10 총선거, 여순반란 사건, 유엔의 한국정부 승인 등 정치.사회적 사건도 빠뜨리지 않았다.
흠이라면 내용이 단편적이어서 당시 사회에 대한 총체적 해석이 부족한 느낌. 엮은이는 "자료가 비교적 많이 남은 50년대 중반부터는 깊이가 생길 것이다" 고 답했다. 시리즈는 올해 69년편까지 모두 25권이 출간된다.
내년부터는 매달 한 권씩 나오며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에 총58권으로 완간할 예정.
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