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혼자 살 수 없는 아시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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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쿄외환시장에서의 엔화 하락이 중국의 위안화 절하를 부추기는가 하면 인도네시아가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들어가는 등 전체 아시아경제가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아시아경제는 공멸의 위기로 접어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느껴지고 있다.

한국이 아무리 외채를 갚기 위해 수출을 늘리려 해도 아시아경제의 수요가 파탄상태이고 각국이 비슷한 상품으로 경쟁하는 이상 한계가 있다.

더구나 아시아 각국이 자국 (自國) 의 경쟁력을 확보하느라 앞다퉈 환율을 조정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현재의 상황은 어느 한 나라만 혼자 위기에서 탈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의 현실은 취약한 경제가 가장 먼저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는 것일 뿐 다른 나라에도 강 건너 불이 될 수 없다.

미국정부나 월가 금융자본의 혼자 이익을 챙기려는 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은 자국이기주의를 버리고 서로간에 선 (善) 순환을 불러일으키는 협력과 공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의 위험한 경제상황에 비춰 이런 상호협력을 가능케 할 긴급 재무장관회담이나 경제정상회담 같은 것도 검토해 봄직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나라는 역시 일본과 중국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본의 정치적 지도력은 표류하고 있고 중국은 홍수피해로 정신이 없다.

미국은 오는 11월의 중간선거 때문에 달러화 강세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두 나라가 아무 대책도 수립하지 못하고 팔짱만 끼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물론 아시아가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환율게임이나 보호주의가 아니라 구조개혁과 협조된 개방주의다.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바로 이같은 기본원칙에서 정책공조에 합의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상품을 안 사고 문을 닫기 시작하면 잘돼야 축소균형밖에 더 있겠는가.

일본은 전세계가 기대하는대로 조속히 국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융부실을 과감히 처리하고 내수진작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중국도 환율조정이 결코 중.장기적으로 수출감소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실업을 감수해서라도 공기업 및 금융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 점에서는 한국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수해로 국민적 관심이 다소 흐트러졌지만 금융개혁과 기아 등 부실기업 처리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해치워야 한다.

아시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고 개혁을 해나가는 자세를 보일 때만 국제금융자본의 공격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투자가 몰려오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심상찮은 아시아의 경제동향에 대비하는 노력을 강화하면서, 아시아 각국간의 정책공조를 이뤄내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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