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사립대 ‘퇴장’ 쉬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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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북의 4년제 A사립대는 의대까지 있지만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40%에 그쳤다. 신입생 정원 1321명 중 544명만이 입학해 1학기 내내 교실 상당수가 텅 비어 있었다. 졸업해도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수험생이 등을 돌려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안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학생 정원도 못 채우는 부실 사립대학 폐교가 쉬워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사립대 법인의 해산 규정을 완화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부실 사립대의 자발적인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학생수 감소 등으로 학교법인의 운영이 어려운 경우 교과부 장관 승인만으로 폐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사진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반드시 얻고, 교과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한 ‘해산’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사립대가 해산하면서 남은 재산을 장학재단 등 공익법인과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하거나, 직접 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는 사립대 법인이 해산하면 잔여 재산을 다른 학교법인에 넘기거나 국가에 귀속토록 해 아무리 학교 운영이 어려워도 학교 설립자들이 폐교를 꺼려 왔다. 교과부는 학교법인 해산과 잔여재산 처분 등을 심의할 ‘사립대학 구조조정 심의위원회’를 장관 직속으로 두기로 했다.

교과부 송기동 대학선진화과장은 “현행 사학법에는 학교법인의 자발적 퇴출 경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사학법 개정으로 부실 사립대 설립자들이 무리하게 운영하지 않고 해산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이달부터 30여 개 부실 사립대의 경영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곳에 대해 12월까지 ‘경영부실 대학’ 판정을 내리고, 합병·해산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퇴출이 결정되는 대학은 재학생이 졸업할 때까지만 학교를 운영한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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