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왕위전]이창호 - 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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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古都 全州에서

제1보 (1~20) =전주는 언제나 묵향이 감도는 듯 아늑한 느낌을 준다.

동행한 김인9단은 깨끗하다고 되뇐다.

대국 전날 코아호텔의 전야제에서 이날 발족한 한국기원 전북본부의 본부장을 맡은 이창승 (李彰承) 전 시장은 "전주지역은 바둑계의 대부 조남철9단을 비롯해 세계최강자 이창호9단을 배출한 한국바둑의 메카" 라고 자랑했다.

그리고 이날 모인 지역 유지들이 덧붙인 한마디. "스승은 부모님과 마찬가지임을 李9단이 잊지 않기를 바란다" 고 했다.

7월 26일 전주 코아호텔 특설대국장. 스승과 제자는 또다시 마주앉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오전 10시 정각이 되자 전북 출신의 최고령 기사 이강일5단의 개국선언이 떨어졌고 曺9단의 첫수가 우상 화점에 떨어졌다.

흑5에서 李왕위는 5분정도 숙고했으나 결국 6으로 받았고 (曺9단은 대개 받지 않는다) 이렇게 받으면 19까지는 논스톱이다.

제1국에서도 똑같은 포진이 두어졌다.

그러나 2국에선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曺9단은 이 포진을 흑으로만 좋아하고 李9단은 백으로만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바둑관이 첨예하게 갈리는 장면인데 아무튼 흑은 실리가 많고 백은 두터워 서로의 기풍에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20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1국에서는 '참고도' 백1로 두어 20까지 진행됐다.

이제 백1까지 벌렸으니 흑은 '참고도' 를 선택할 수 없게 됐다.

'참고도' 는 흑20으로 벌릴 때 너무 좁아 도저히 안되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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