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대부 닉 케이브·제프 포카로 새음반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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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중보다 음악인 세계에서 더 진가를 인정받는 음악인들이 있다.

비틀스풍의 단순한 선율을 90년대적 감성으로 재구성한 브릿팝의 대부 폴 웰러나, 자메이카의 토속리듬을 팝으로 옮긴 선구자 테리 홀이 그렇고, 국내에서는 신중현 (후기) 같은 이들이 그렇다.

이들은 음반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팝스타들에게 음악적 영감을 안겨주는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존재들이다.

바로 이런 인물 중 한 사람이 최근 2장짜리 베스트음반을 낸 닉 케이브다.

호주 출신 로커인 케이브는 영국.미국과는 또 다른 이 나라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려 음울하면서도 낭만적인 새로운 록을 창출해왔다.

77년 멜버른에서 '더 보이스 넥스트도어' 란 그룹을 이끌며 데뷔한 케이브는 80년 런던으로 무대를 옮겨 그룹 '버스데이 파티' 로 활동하다가 83년부터는 '배드 시즈' 란 그룹명을 쓰며 음반을 내고있다.

'닉 케이브와 배드 시즈' 란 이름으로 낸 이번 베스트 음반에는 '프롬 히어 투 이터니티' '보트 맨스 컬' 등을 포함, 모두 16곡의 히트곡이 한 장에 실려 있고 또 다른 한 장에는 지난해 5월 런던 로얄 앨버트 홀에서 가진 라이브실황이 담겨있다.

깊이에 비해 그렇게 난해하지만은 않은 케이브의 음악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음반으로 평가된다.

그룹 토토의 리더이자 드러머였던 고 (故) 제프 포카로도 그런 음악인이다.

최근 나온 음반 '토토 20' 은 그의 초기 연주 연주를 많이 수록, 시선을 끈다. 리듬감있고 안정된 드럼연주로 토토를 '세계 최고의 스튜디오 밴드' 에 올려놓은 포카로는 92년 심장마비로 숨진 뒤 '3J' (지미 헨드릭스.제니스 조플린.짐 모리슨 등 똑같이 71년 요절한 세 천재 음악인을 그들의 머릿글자 'J' 로 묶어 부르는 것)에 이은 '4J' 로까지 추앙을 받았다.

'토토 20' 은 토토가 결성된 77년부터 97년까지 20년동안을 정리하는 음반이나 포카로의 자취가 진하게 느껴지는 점에서 그의 개인 음반적 성격이 짙다.

초기 미발표곡과 라이브 실황녹음 등 총13곡을 싣고있는 이 음반은 재킷 표지에 드럼과 스틱 그림을 담고 있고 안쪽에는 '포카로에게 바치는 트리뷰트' 임을 명기해 포카로의 음반임을 명백히 하고있다.

이 음반에서 포카로의 강력하면서도 안정된 드러밍을 즐길 수 있는 곡은 '고잉 홈' '테일 오브 어 맨' '온 더 런' 등 미발표곡 10곡. 반면 포카로가 숨진 뒤 97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펼쳐진 실황공연을 녹음한 '아프리카' '데이브스 고운 스키잉' 등 3곡에서는 새로 기용된 드러머 사이먼 필립스가 2개짜리 베이스드럼을 써서 박력넘치는 연주를 들려준다.

포카로 연주와 비교해 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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