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한나라”… 정족수 못 채워 레바논 파병 연장안 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9일 ‘국군부대의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 연장 동의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 처리하지 못했다. 이 파병 연장 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는 15일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여는 데 합의했다. 현재 레바논에 주둔 중인 동명부대의 파견기간은 18일 만료된다. 이를 연장하는 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불법 주둔 상태가 된다는 다급함 때문에 대치 중이던 여야가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본회의에 가기도 전에 소관 상임위 처리에 실패한 것이다. 당장 “얼빠진 여당”(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9일 오후 국회 외통위 박진 위원장이 의결 정족수 미달로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하자 의원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가 순탄치 못했던 건 민주당 의원들(7명)이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소집했다며 집단 불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회의를 소집한 한나라당마저 5명의 의원이 불참했다. 정의화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특사 자격으로 동행하느라, 윤상현 의원은 당에서 주최한 국정보고대회의 안보 강연 때문에 오지 못했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폭우 때문에 산회 직전에야 국회에 도착했고, 정몽준·이범관 의원은 지역구 일정으로 사전에 불참 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17명 중 12명만 참석했다. 현행 국회법상 의결 정족수는 전체 인원의 과반이다. 이날 회의엔 전체 29명 중 14명이 참석, 정족수에서 1명이 모자랐다. 다급해진 외통위 행정실에서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에게 ‘SOS’를 쳤지만 소용없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무소속 정동영 의원도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이회창 총재와 박선영 의원이 모두 출석, 100% 참석률을 보였다.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들마저 참석하지 않아 유감”이라며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하다 퇴장했다. 외통위는 13일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백용호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못해=기획재정위는 9일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여야는 이날 간사협의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자 전체회의를 취소하고 13일 회의를 다시 열어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서병수 재정위원장은 “ 주말인 11일과 12일을 뺀 13일에는 민주당이 불참하더라도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백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 부적합하다며 자진 사퇴 및 지명 철회를 요구한 상태다. 

선승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