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엔화]느긋한 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요즘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가장 큰 역할은 순 (純) 수요초과 시장이란 점이다.

올 상반기중 1천억달러 가까운 무역적자를 내며 세계 각국에 그만큼 큰 수출시장을 제공해준 미국마저 만일 심각한 불경기로 빠져든다면 한국 등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여야 하는 나라들은 더 어려워진다.

미국의 상황변화는 크게 세가지로 상정할 수 있다.

첫째는 경기위축쪽으로 가는 것, 또 하나는 경기호황이 진정되지 않는 것. 마지막은 과열기미를 보여온 경제가 '정상성장' 으로 연착륙하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걱정거리다.

첫째, 미국의 경기위축은 가뜩이나 침체국면인 세계경제에 수요감소란 새로운 악재를 더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 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8년째 호황인 미국 경기가 진정되지 않아 인플레 조짐이 나타나고 이에 금리인상으로 대처할 경우다.

달러 강세 요인이 또 생겨 엔 약세를 더 부채질하고 결국 아시아 경제위기가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일단 미국의 2분기 경제동향이 주목된다.

성장률은 1분기의 5.5%에서 1.4%로 급격히 내려갔고, 제조업활동지수는 6월에 연속 두달째 50% 이하에서 하향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지표들은 현재로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같은 변화가 추세화.장기화하는 것이고 이 점을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