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남조 '참회'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랑한 일만 빼고

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

진작에 고백했으니

이대로 판결해다오

그 사랑 떠났으니

사랑에게도

분명 잘못하였음이라고

준열히 판결해다오

겨우내 돌 위에서

울음 울 것.

세번째 이와 같이 판결해다오

- 김남조 '참회' 중

처음부터 김남조 (金南祚.70) 는 사랑의 시인이었다.

그 귀결인 듯 이 시에서는 사랑의 최후진술이 비장하다.

사람들은 조병화를 조고독이라고 하고 김남조를 김사랑이라 한다.

그만큼 사랑의 종교적 승화와 인간적 고뇌를 꽃피워온 생애가 바로 김남조다. 그녀 특유의 고단백질로 된 아어 (雅語) 는 이 세상 거친 벌판에 문득 꿈꾸는 연꽃이기만 하다. 아니, 모란.백합이기만 하다.

고은 <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