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일만 빼고
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
진작에 고백했으니
이대로 판결해다오
그 사랑 떠났으니
사랑에게도
분명 잘못하였음이라고
준열히 판결해다오
겨우내 돌 위에서
울음 울 것.
세번째 이와 같이 판결해다오
- 김남조 '참회' 중
처음부터 김남조 (金南祚.70) 는 사랑의 시인이었다.
그 귀결인 듯 이 시에서는 사랑의 최후진술이 비장하다.
사람들은 조병화를 조고독이라고 하고 김남조를 김사랑이라 한다.
그만큼 사랑의 종교적 승화와 인간적 고뇌를 꽃피워온 생애가 바로 김남조다. 그녀 특유의 고단백질로 된 아어 (雅語) 는 이 세상 거친 벌판에 문득 꿈꾸는 연꽃이기만 하다. 아니, 모란.백합이기만 하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