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복교수 간첩죄 무죄…회합·통신죄만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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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36년간 고정간첩 활동을 한 혐의 (국가보안법상 간첩, 간첩방조, 회합.통신죄) 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명예교수 고영복 (高永復.70)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간첩.간첩방조 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 (재판장 李昌求부장판사) 는 23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高피고인의 세가지 기소혐의중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죄만 적용,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高피고인과 수차례 접촉한 남파간첩 김낙효가 국가에 위해를 끼칠 수 있도록 피고인이 중요 정보를 누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충분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 며 "단지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간첩방조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 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高피고인이 북한 공작원들에게 전달한 국내 정세자료 등은 이미 언론매체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들이라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간첩죄 (국가기밀 누설)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십년간 정보 제공과 함께 남파간첩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 高피고인이 간첩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은 국가보안법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 이라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상 간첩죄와 간첩방조죄는 형량이 모두 사형 또는 무기지만 검찰은 최고형을 피해 1, 2심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며 1심 재판부는 7년을 선고했었다.

高피고인은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북에 있는 삼촌의 소식을 전한다며 접근해온 북측인사를 만나 일부 자료를 건네준 적은 있으나 결코 고의적인 간첩활동을 한 적이 없다" 고 주장했었다.

또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제자 2백50여명이 "학문적 업적 등을 감안, 남은 여생을 사회봉사에 바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 며 법원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高피고인은 이화여대 강사로 재직하던 61년 9월 삼촌의 소식을 전하겠다며 접근한 남파공작원에게 포섭된 뒤 지난해까지 북한공작원 6명과 접촉, 은신처를 제공하고 국내정세를 보고해온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이상복.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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