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만델라의 행복한 말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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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는 민중을 위한 투쟁에 인생을 바쳤다.

나는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 평등한 기회를 누리며 사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이상으로 간직해 왔다.

나는 이 이상을 위해 살았으며, 그것이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

만약 필요하다면 나는 그 이상을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다. "

1964년6월 남아프리카 리보니아 재판소에서 넬슨 만델라는 법정 최후진술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후 만델라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귓가에서 사라졌으나 남아프리카 흑인들은 만델라의 존재를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90년 2월 27년반의 감옥생활을 끝내고 석방됐을 때 만델라는 리오니아 재판소의 최후진술을 다시 낭독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만델라의 신념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94년 4월 남아프리카 사상 최초로 실시된 전 (全) 인종 자유선거에서 만델라가 이끈 아프리카민족회의 (ANC) 는 압승을 거뒀으며, 5월 10일 만델라는 대통령이 됐다.

만델라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인종을 초월한 화해와 단결을 호소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냉전종식후 민족분쟁이 세계를 어지럽히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인종차별국가였던 남아프리카를 평화롭게 이끌어가고 있는 만델라 대통령의 존재는 참으로 소중하다.

만델라대통령의 역할은 외교에서도 두드러진다.

'아프리카인의 아프리카' 를 표방하는 만델라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콩고내전을 중재해 범 (汎) 아프리카 지도자로 부상했으며, 미국의 적대국가인 리비아.쿠바.이란.이라크와 관계개선에 나서는 등 독자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만델라 대통령의 이처럼 거침없는 행동은 도덕적 권위에 바탕을 둔 것이다.

지난 3월 남아프리카를 방문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만델라 대통령은 화해와 용서 그리고 화합의 정치철학을 '훈계' 했다.

개인적으로 만델라 대통령은 요즘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타보 음베키 부통령을 후계자로 정하고 내년 대통령직을 물러나는 만델라 대통령은 전 모잠비크 대통령 미망인 그라샤 마셸 여사와의 오랜 연인관계를 공식화했다.

만델라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신의 80회 생일잔치에서 결혼 사실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인생 말년인 나는 그녀의 지지로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고 털어놓는 행복한 노인 만델라 대통령의 팔순 (八旬) 청춘에 세계는 아낌없는 축복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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