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훔볼트大 송두율 전교수“북 노동당 고위당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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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기부는 20일 독일에 체류중인 송두율 (宋斗律.55) 전교수가 북한 노동당의 비밀 고위당원 (정치국 후보위원) 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내 운동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宋전교수의 신분이 밝혀짐으로써 이에 따른 파장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안기부의 명확한 해명과 국회 정보위 소집을 요구하는 등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쟁점화하고 나섰다.

또 새 정부의 대북 관련 전반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안기부의 발표는 황장엽 (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비서가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북한 통치자들이 남한 학생들과 독일에 있는 남한 유학생들을 끌어당기기 위해 그 (宋전교수) 를 '김철수' 라는 가명아래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했다" 고 주장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 안기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황장엽씨가 저서 '북한의 진실과 허위' 에서 독일 훔볼트대 송두율 전교수와 관련해 기술한 내용과 그간의 행적에 대해선 안기부가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 이라고 밝혔다.

안기부는 "黃씨의 언급 내용은 이미 책자로 발간, 대외에 배포했으므로 더이상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며 "宋전교수는 교포인사 귀국 허용 대상자에서 제외된 바 있다" 고 말했다.

안기부 고위 당국자는 그러나 "宋전교수가 현재 독일 국적인만큼 별도의 조치는 고려치 않고 있다" 고 강조했다.

'김철수' 는 94년 7월 김일성 (金日成) 장의위원 명단에 당서열 23위로 갑자기 등장, 우리 정보기관의 추적대상이 됐던 인물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었다.

한편 宋전교수는 자신과 관련한 보도가 나간 직후인 19일 밤부터 집을 비운 채 연락이 없는 상태며, 전화기에는 '지금 집에 없으니 메시지를 남겨달라' 는 부인의 목소리만이 한국어.독일어로 녹음돼 있다.

그는 91년 북한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 김일성주석과 만나는 등 북한에선 재독 작곡가 윤이상 (尹伊桑.사망) 과 함께 가장 존경받는 교포 인사로 꼽힌다.

宋전교수는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30년째 귀국하지 못하고 있으며, 96년 8월에는 부친상을 당하고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특히 宋전교수는 94년부터 매년 국내 정치학자들과 북한 사회과학원간의 남북 공동학술회의 중개역할을 맡아왔으며 새 정부 들어 해외 교포 인사의 귀국 허용 방침에 따라 최근엔 일시 귀국을 타진해왔다.

宋전교수는 다음달께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뒤 모대학에서 초청강연을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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