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경기당 0.73골 … ‘이동국을 다시 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이동국의 신바람 골 세리머니가 되살아났다. 두 팔과 검지를 쫙 펴는 동작은 이동국의 전매특허다. 그는 올해 16경기에서 11골을 넣었다. [중앙포토]

‘사자왕’의 위용이 되살아나고 있다.

올 시즌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30)이 연일 골사냥을 하고 있다. K-리그 11경기 8골, FA컵 2경기 2골, 피스컵 3경기 1골 등 리그 중반기에 벌써 11골이다. 성남에서 제 몫을 못했던 지난 시즌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K-리그 광주 상무전(4일)을 앞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광주는 포항에서 부진했던 이동국이 2003년 화려하게 부활했던 곳이다. 지난 시즌 성남에서 함께 마음고생을 했던 최성국이 뛰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그는 “성남은 워낙 용병 위주로 굴러가던 팀이라 나도, 성국이도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힘들었다. 성남에서 날 보낸 걸 후회할 것”이라며 “올 시즌 끝날 때까지 점점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득점왕 노리는 ‘무관의 제왕’=이동국은 K-리그 득점 1위다. 경기당 득점률도 0.73골로 가장 높다. 그는 강한 어조로 “최전방 공격수로서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욕심난다. 올 시즌 목표는 전북의 우승과 득점왕”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은 여태껏 K-리그 득점왕에 오른 적도,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도 없다.

그가 화려하게 부활하자 축구팬들은 “이동국을 대표팀에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히려 담담했다. “마음을 비웠다. 기회를 좇기보다는, 기회가 나를 찾아오게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나이에 벤치에 앉아 있거나 5~10분 뛰는 것보다는, 후배들에게 경험 쌓을 기회를 주는 게 낫다”는 말에서는 에이스로서 대표팀에 영광스럽게 복귀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월드컵 징크스’는 없다=이동국은 월드컵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나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개막 두 달 전 무릎 부상으로 하차했다. ‘월드컵 징크스’다. 그는 “몇 번이나 그랬다고 ‘월드컵 징크스’냐”고 반문한 뒤 “2006년에는 다시 그렇게 준비하라면 못할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부상을 입어 충격이 크긴 했다”고 털어놓았다. 힘든 시간을 버텨낸 건 긍정적인 성격 덕이다. 그는 “생각이 긍정적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다. 덕분에 그나마 잘살고 있다”며 웃었다.

◆다시 태어나면 축구는 별로=“다시 태어나도 축구를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공부를 하거나 사업을 하고 싶다. 스포츠를 한다 해도 개인 스포츠를 하고 싶다. 단체 스포츠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어렵다”고 했다. “꼭 축구 선수가 돼야 한다면 누가 이상형이냐”는 물음에는 의외의 답이 나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나 메시(바르셀로나) 정도의 스타를 기대했지만, 그는 “1인자가 되고 싶지 않다. 언론에 나오지 않아도 꾸준히 제 몫을 해 주는 팀의 살림꾼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간의 마음고생이 묻어나는 답이 돌아왔다. “한 번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는데, 내려오면 다시 올라가고 싶어 안달을 하잖아요. 그게 싫어요. 꾸준히, 보이지 않는 활약을 하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지 않을까요.” 이동국은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온누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