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신기'에 월드컵결승'덤'…황홀한 올빼미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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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무장간첩 침투와 경제상황 만큼이나 눅눅한 열대야도 박세리의 신기 (神技)에 가까운 샷과 월드컵 결승전에 날아갔다.

월드컵 결승전과 박세리가 참가한 미국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골프대회 최종 라운드가 동시에 열린 13일 새벽 시민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경기라는 월드컵 결승도 시민들의 시선을 고정시키지는 못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시민들은 결국 '남의 잔치' 보다 박세리의 '신기록 제조' 에 관심을 쏟으며 손에 땀을 쥐었다.

23언더파. 미국LPGA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 상태에서 박세리의 샷이 러프로 들어가거나 퍼팅한 공이 홀을 살짝 비켜갈 때는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박세리가 비록 최다 언더파라는 기록을 깨지는 못했지만 72홀 최소타수 신기록을 세우며 US오픈에 이어 1주일만에 정상에 오르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박명자 (朴明子.52.경북경산시) 씨는 "많은 관중들이 박세리를 따라다니며 공을 치는 순간순간 숨죽여 지켜보는 모습을 보고 한국이 걸어다니는 것 같아 기뻤다" 고 말했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직장인들의 인사도 '굿모닝 세리' 였다.

회사원 김성수 (37.서울강남구대치동) 씨는 "예전 같으면 모두가 월드컵 결승으로 이야기꽃을 피웠을텐데 오늘은 단연 박세리였다" 며 "우리도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 고 말했다.

PC통신에도 "당신의 표정은 작은 것에 흔들리는 우리를 다시 생각케 한다 (유니텔 namelake)" "밤을 새는 게 힘들지만 박세리의 훌륭한 게임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유니텔 5664142)" 등의 격려문이 넘쳤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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