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왕위전]조훈현 9단 - 목진석 4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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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광석화 曺薰鉉

제3보 (51~74) =착수의 강온 (强穩) 은 상황이 결정한다.

형세가 유리한가 불리한가. 지금은 공격할 때인가 수비할 때인가.

끈끈하게 노릴 때인가 담백하게 결정지을 때인가. 백의 단수에 睦4단은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51로 이어버렸다.

백이 51자리를 때리면 '가' 와 '나' 두 개의 단점은 사라지고 백은 두터워진다.

공격중인 睦4단에게 그건 어림도 없는 일. 그래서 이 젊은이는 일말의 의혹도 없이 51로 이어버렸다. 이 장면의 최강이며 최선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51은 순진했다. 백이 52로 쭉 뻗자 (睦4단은 72정도로 지킬 줄 알았다) 마땅한 응징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51은 '참고도' 흑1로 모는 한 수였다고 임선근8단은 말했다.

국후 曺9단도 그 한 수라고 인정했다. 백2로 때리면 3에 패를 쓴다.

백은 4로 받는 정도. 자칫 A로 욕심을 부리면 흑B가 있다.

그 다음 5로 되때리면 6으로 잇게 되고 7로 지키는 그런 바둑이었던 것이다.

실전은 공격이 뜻대로 되지 않자 '다' 의 노림수를 보며 53으로 다가갔는데 여기서 때를 기다리던 曺9단이 돌연 빠른 공세로 나오기 시작했다.

54로 중앙의 주도권을 확실히 한 다음 58로 '다' 의 노림을 없앤다.

다시 하변에 뛰어들어 74까지 모든 단점을 해소해버린다.

전광석화의 솜씨. 바둑은 曺9단이 좋아하는 난전으로 흐르고 있는데 흑은 어언 사방이 불안해지고 있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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