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보장관회의 대화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안보관련 고위 관계자들이 9일 내곡동 안기부청사에 모였다.

이날 확대 안보관계장관회의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개최된 것. 심상치 않은 북한의 최근 정세를 종합분석해 군경과 행정기관의 공동대처방안을 마련하고, 혼선을 빚고 있는 대북정책 조율과 민간의 안보의식을 강화할 필요성을 金대통령이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국민의 안보의식 해이와 군경, 행정기관의 대북 협조체제 결여 등에 대한 지적과 반성이 있었다.

다음은 안기부가 이례적으로 공개한 회의 대화록.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 = 최근 북한의 대남 침투도발 징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금강산관광 등으로 인해 오히려 이완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은 우리의 햇볕정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후 안기부 북한정보국장의 북한정세 보고)

^강인덕 (康仁德) 통일부장관 = 국민의 안보관과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인데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때문에 체제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

북쪽에선 이를 혁명의 결정적 시기 조성을 위해 유리한 상황으로 볼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에 대해 대공 차원이 아닌 정치교육을 강화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해주 (鄭海주) 국무조정실장 = 실업이 급증하고 경제가 침체되니까 북한이 노동자들을 선동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李부장 = 강원도 전방지역 주민들은 경각심을 갖고 있고 바로 신고도 한다.

그러나 후방은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첩이 용이하게 침투하고 있고, 지난번 부부간첩사건이나 김동식사건때를 보면 (간첩이) 옛날과 달리 운동권에 찾아가 (신분을) 직접 밝히기도 한다.

^김진호 (金辰浩) 합참의장 = 군은 해상으로 들어오는 것은 거의 1백% 잡는다.

그러니 이제 방법을 바꿔 해저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동해안의 해안 특성 때문에 탐지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적의 침투로는 험하지만 경치가 좋아 민간인이 항상 있게 마련이어서 대간첩작전에 어려움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민간인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李부장 = 경찰이나 안기부.기무사가 대부분 민간의 신고에 의해 간첩을 검거했지 수사공작을 통해 검거한 예는 적다.

총력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남신 (李南信) 기무사령관 = 북한 잠수정이 이번처럼 어망에 걸리면 꼼짝 못한다는 점을 알아낸만큼 어민.어촌계와 접촉, 꽁치잡이 어망을 많이치고 가두리 양식도 많이 하도록 부탁했으나 돈이 많이 든다고 한다.

어민들을 지원해주는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康장관 = 직접침투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완전히 개방된 상황에서 우회침투가 엄청나게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총련이 있는 일본이나 유럽을 통해 마음대로 들어올수 있으니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임동원 (林東源) 청와대외교안보수석 = 지금보니 군.경찰.행정기관은 각기 열심히 하고 있지만 서로는 잘 묶어지지 않은 느낌이 드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李부장 = 최근 8.15 축전을 한다고 하니까 우리쪽에서 제각기 베이징 (北京) 으로 가 북한측과 접촉, 주도권을 잡으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북한측과 따로 접촉하려 하는데 도리어 북한측이 우리 사회단체들이 구성하려는 범민련을 통해 이렇게 하자며 이들을 자꾸 범민련쪽으로 모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일일이 통일부에 신고하고 북한과 접촉하는 것도 아니다.

조금 상궤를 벗어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그런 사례가 나오는대로 검찰과 협조해 최대한 막도록 하겠다.

^안병길 (安秉吉) 국방차관 = 금강산 관광문제는 대단히 복잡하다.

예컨대 방북이 허용되지 않은 사람이 관광선에 잠입할 경우 그 처리 방법, 관광선이 운항 또는 정박도중 테러행위를 당했을 때 군사적 대처방법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