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왕위전]목진석 4단 - 최명훈 6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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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棄子爭先의 묘리

제4보 (65~91) =백로 돌파해 깨끗이 수가 났다.

흑이 초반부터 공들여 키운 좌상의 대모양은 이로써 초토로 변했다.

睦4단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 국후 냉정하게 주판알을 퉁겨보니 흑백의 거리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웠다.

하변에 이어 좌상마저 초토화시켰는데 형세는 왜 여전히 미세한 것일까. 장수영9단이 "그게 바로 바둑의 오묘함이죠" 하며 계산을 해준다.

흑이 좌상에서 잃은 것은 약 25집인데 좌변에서 이미 10여집을 벌어들였고 또 선수를 잡아 반상최대의 71을 두었으니 엇비슷하지 않으냐는 얘기다.

바둑10결에 등장하는 '기자쟁선 (棄子爭先)' 의 묘리가 바로 이것이다.

흑은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좌상을 흔쾌히 버림으로써 오히려 기울어질 뻔한 대세의 저울추를 바로잡았던 것이다. 71에 '가' 로 막으면 '나' 로 넘는다. 이렇게 연결하면 중앙 흑을 공략하는 노림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72 막고 귀살이를 허용한다.

올바른 흐름이다.

睦4단은 그러나 76은 '참고도' 처럼 두어야했다고 후회한다.

참고도라면 백은 A의 퇴로를 확보할 수 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 차이가 대세를 좌우할 수도 있다.

큰 수를 잘 두는 기사가 조훈현9단과 유창혁9단이라면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기사가 바로 세계최강 이창호9단이다.

큰 부자가 잔돈을 아끼듯 이창호의 비밀이 '작은 것' 에 있는지도 모른다.

82는 '다' 에 응수를 묻는 등 좀더 적극적으로 두어야했다고 한다.

그러나 낙관무드의 睦4단은 서두르지 않는다.

崔6단의 85, 87이 호착. 선수로 귀의 맛을 없앤 뒤 91에 지켜 형세는 의연히 팽팽하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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