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산본신도시 설계 '산파' 건축가 김진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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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건축이야말로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등의 힘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분야입니다. 한 도시의 건설은 더욱 그렇죠. 파리는 절대왕정의 힘, 베니스는 중상 (重商) 주의의 힘이 만들어낸 도시입니다. "

지난 94년 타임지의 '21세기를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 1백인' 에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돼 이목을 집중시켰던 도시설계 건축가 김진애 (金鎭愛.45) 씨. 그의 공격적일만큼 빠르고 거침없는 말투와 비판적.야심적인 논조는 그가 지닌 힘과 힘에 대한 '사랑' 을 단번에 짐작케한다.

그것은 바로 건축에 대한 그의 열정에서 비롯된 것. 金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도시건축잡지 '아크포럼' 에서 받은 질문과 답변들을 모아 출간한 책의 부제도 '건축 = 파워' 로 붙였다.

"71년에 '7년만의 첫 여자공대생' 으로 서울대 건축학과에 입학했을 때만해도 건축가를 막연히 '밥벌이는 할 수 있는 예술가' 로만 여겼어요. 그런데 미국 MIT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88~90년 대한주택공사 연구실장으로서 산본신도시 설계작업을 맡으면서 '도시설계가 단순히 건축가의 능력만으로 될 수 없구나' 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죠. "

그래서 金씨는 한국건축가협회등 전문단체활동 외에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 (93~94년) , 세계화추진위원회 (95~98년)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요즘엔 고건 (高建) 서울시장의 정책자문위원 역할에 열심. "제가 추구하는 가장 좋은 도시는 '걷고 싶은 도시' 입니다. 이것이 우연히도 高시장의 선거공약과 맞아떨어졌죠. 실현되도록 최대한 도울 겁니다. "

건축가의 중요한 자질로 분별력과 빠른 판단력을 꼽는 金씨는 무슨 일이든 순발력있게 추진하는 스타일. 그래서 회사의 규모도 더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가 91년에 만든 ㈜서울포럼의 직원은 총12명. 더러 큰 프로젝트를 맡을 때는 후배들 회사와 컨소시엄형태로 한다.

그것은 책저술과 함께 후배들을 가르치는 그의 방법이기도 하다.

"건축가는 50대 이후에 꽃을 핀다더라" 며 웃는 金씨. 건축업계의 얼어붙은 경기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다.

글 = 김정수.사진 =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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