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동료 구직·생계돕기 우정의 품앗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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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근 들어 각 직장마다 어려운 사정에 빠진 동료를 돕는 '품앗이' 가 성행하고 있다.

기업들이 IMF시대를 맞아 해고와 무직 휴가.경비절감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가까운 직장인들이 서로 돕고 정 (情) 을 나누는 것이다.

해고 당한 동료직원에게는 발벗고 나서 새 직장을 알선해 주는가 하면, 회사의 교육비 지원이 끊기자 자신의 특기를 서로 가르쳐 주는 경우도 있다.

광고회사인 LG애드는 연초 60여명의 사원이 회사를 떠나자 남은 동료들이 자신의 학맥.인맥을 총동원해 퇴직자들에게 새 직장을 알아봐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LG애드 관계자는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현재까지 퇴직자중 30% 정도가 동료들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다시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며 "퇴직자들이 창업한 디자인업체인 '하늘소와 메스' 등 5~6개 업체와도 협력업체로서 동고동락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신라호텔은 올들어 회사에서 나오던 각종 어학교육비 지원이 끊기자 어학특기를 가진 동료 직원들로부터 배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리팀 직원은 어학특기가 많은 객실팀 직원에게 외국어를 배우고 반대로 객실팀 직원은 요리를 배우고 있는 것. 자신이 부족한 것을 다른 동료한테 배움으로써 학원비도 절약하고 직원간의 관계도 개선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교육시간은 서로 원하는 시간에 맞춰 일주일에 1~2회 가량 진행하고 있는데 시행 한 달여 만에 1백여명의 직원이 참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호텔 직원들은 이달부터 칵테일 만들기.인터넷.스쿼시 배우기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아시아나항공.현대정보기술 직원들은 한달씩 돌아가며 무급휴직에 들어간 동료에게 돈을 모아주는 품앗이를 비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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