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한 마디'…세계 증시 또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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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 22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인들이 하락세를 보인 주식시세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 AP=연합]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한마디에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그린스펀 의장은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점진적인 금리인상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은 곧바로 미국 증시에 영향을 줬다. 다우존스지수는 1.01%, 나스닥지수는 2.23% 급락했다.

22일 한국 종합주가지수가 1.42% 하락하고 일본 닛케이지수가 1.3%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휘청거렸다.

20일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그린스펀 의장은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광범위하게 번지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물가상승 압력을 우려하며 점진적인 금리인상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시장은 그린스펀 의장의 말 중 낙관적인 미국 경제 전망을 주목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가 0.54%, 1.76% 올랐다. 21일 한국 종합주가지수가 2.21% 급등하고 일본.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최경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린스펀 의장의 20일과 21일 연설에 대해 시장이 다른 해석을 하면서 급등락 장세를 보였다"며 "20일엔 시장 해석이 경기 낙관론에 무게를 뒀지만 21일에는 금리의 공격적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국내외 증시가 그리스펀 의장의 입을 주목하는 것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대출 등을 받은 미국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늘게 되고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위축 →미국인 소비 감소→미국 수입 감소→한국 등 대미 수출국의 수출 감소 등으로 이어져 아시아 국가에 나쁜 영향을 준다.

미국의 낮은 금리를 이용해 아시아 증시 등에 투자했던 미국 자금이 금리 인상으로 미국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봉원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린스펀 의장의 말로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일시적으로 완화돼 주가가 올랐지만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은 아직도 큰 상태"라며 "앞으로 이러한 추세적인 하락 요인은 세계 증시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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