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지금]3.작년6월 개관 셰익스피어 글로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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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는 살아생전 맥주잔을 기울이며 비극에 관해 논의하는 것보다 '햄릿' 의 입장권 수입을 계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기업가 정신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런던 템스강변 사우스뱅크에 있는 '셰익스피어 글로브' . 지난해 6월 개관한 이 극장은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영국인들의 부 (富) 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개관 후 지난해 7개월간 들어온 극장 입장객은 20만명, 전시장에는 18만명의 관광객이 들렀다.

1인당 20파운드를 소비했다쳐도 셰익스피어를 팔아 한해 8백만파운드 (약 1백70억원) 이상을 거뜬히 벌어들인 셈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 글로브의 야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3백석 규모의 실내극장 '이니고 존스' 가 내년중 완성되면, 극장.전시실.카페.쇼핑센터 등을 두루 갖춘 이 대형공간은 연간 1백만명이상의 관광객이 붐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쯤되면 셰익스피어 글로브는 그야말로 '굴뚝없는 공장' 이 된다.

셰익스피어 글로브는 4백년전 그의 활동 당시 번창했던 같은 이름의 극장을 같은 장소에 재현한 것이다. 그중 메인극장인 '글로브' 는 서서 보거나 갤러리에 앉아서도 볼 수 있는 야외원형극장이다.

그 자체로도 조형미가 뛰어나 셰익스피어 시대 극장 건축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부속건물을 포함한 전체 공연장의 완공일은 글로브에서 첫 공연이 시작된지 정확히 4백년째가 되는 내년 9월21일이다.

그러나 이런 역사 (役事)가 맨입으로 된 것은 아니다.

부단히 자신의 역사와 전통을 현대화하려는 영국인들의 자존심이 일궈낸 성과다.

셰익스피어를 상술로 활용해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일본 등지에서 후원자를 끌어모았고, 그런 기금이 차곡차곡 쌓여 3천만파운드 (약6백60억원) 이상의 총공사비를 해결하고 있다.

세계 각기에서 3천파운드 이상 후원금을 낸 사람만도 2천명이 넘는다.

글로브 시즌은 매년 5월말부터 9월말까지 4개월간. 지난달 19일 셰익스피어의 '당신 뜻대로 하세요' (As you Like it) 를 시작으로 올 시즌도 막이 올랐다.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본과 함께 셰익스피어 글로브는 '셰익스피어 산업' 의 현주소다.

문화는 돈도 벌어준다.

공연장 문의 영국관광청 서울사무소 02 - 723 - 8266.

런던 =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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