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영화연구소 (AFI)가 발표한 '역대 미국영화 베스트 100'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고 평론가들이 비판하는 가운데 여성배우들이 여기에 가세하고 나서 눈길. 메릴 스트립은 지난주 '미국여성영화인 모임' 에 참석해 "여러분들 중 이번 선정위원에 들어간 사람 있어요?" 라고 묻고 손을 든 사람이 거의 없자 "보십시오, 이건 미국 영화산업이 얼마나 남성위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녀는 이어 "이번에 뽑힌 작품중 여배우가 스토리를 주도하는 것은 '사운드 오브 뮤직' (줄리 앤드루스) 과 '이브의 모든 것' (베티 데이비스) , 그리고 만화영화인 '백설공주' 뿐" 이라고 빈정댔다.
이 말을 받아 지나 데이비스는 "맞아요. 할리우드에서 여성배우가 맡는 배역이라야 기껏 웨이트리스나 창녀 아니면 악녀일 뿐, 사회적으로 제대로 대접받는 역을 기대할 수가 없어요" 라고 맞장구를 쳤다.
평론가들도 "여성감독의 영화가 한편도 없을 뿐 아니라 그레타 가르보가 빠졌고 뮤지컬 스타인 프레드 아스테어와 짝이었던 진저 로저스 역시 명단에 없다" 며 여배우들의 항의에 무게를 실어 주었다.
이들은 또 코미디 영화의 대가인 버스터 키튼 감독의 영화가 빠진 것은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를 빼고 미국소설을 얘기하자는 것과 같다" 며 이번 행사가 옛날 영화의 비디오 판권을 가진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상업적 이해에 좌우됐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이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