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특허도 '정리해고'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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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삼성전자는 법무팀을 중심으로 회사의 상표.특허권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상표권만 해도 출원 5천여건, 등록 2천5백건 등 모두 7천5백여건에 달하는데 이중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것을 선별해 줄이기 위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특허 1개를 등록.관리하는 데 연간 최고 1백만원이 넘게 드는 경우도 있다" 면서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면 연간 50억~1백억원 이상 관리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특허.상표 등 지적 재산권 '구조조정' 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특허.상표권 등이 부동산 못지않은 재산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경쟁력 확보에도 필수적이라고 보고 관리전담팀을 둘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의 관리비용까지 부담이 되자 꼭 필요치 않은 특허는 신규출원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현재 갖고 있는 것중에서도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매각.폐기하고 있다.

우선 출원건수가 크게 줄었다.

올 1~5월 대우전자의 신규출원은 2백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5%나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5월에는 4천7백40건을 출원했지만 올해는 3천7백37건으로 25% 가량 줄었다.

LG전자만 조금 늘었지만 증가세는 극히 미미했다.

기존 지적재산권의 정리작업은 더욱 활발해 대우전자의 경우 특허.상표권을 30% 정도 줄이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대우 관계자는 "최근 청소기.세탁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소음완화기술' 을 외국에 팔았다" 면서 "꼭 필요치 않은 특허는 국내외 기업에 팔거나 아니면 없앨 방침" 이라고 밝혔다.

LG산전과 LG화학은 '지적재산권 재평가제도' 를 실시중이다.

특허가 2천1백56건에 이르는 LG산전의 경우 ^사용중이거나^타사의 침해 가능성이 큰 기본기술^분쟁때 활용이 가능한 기술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각 또는 다른 회사 것과 교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특허청 관계자는 "올해 들어 특허나 상표권 등록포기가 20% 가량 늘었다" 며 "기업들의 경비절감 노력은 이해가 가지만 자칫 기술개발.특허출원 등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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