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식교수“외채협상 최악의 조건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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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정부의 외환위기 대처는 초기단계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됐으며 국제통화기금 (IMF) 의 처방도 한국 경제현실에는 적절하지 않아 지금이라도 IMF와 재협상을 해야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의 박윤식 (朴允植) 교수는 25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자유기업센터 초청 세미나에 참석, '해외에서 본 한국경제 위기 전망과 해법' 주제의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朴교수는 "아시아 외환위기로 선진국 금융기관들 역시 파산의 위험에 놓이게 돼 우리만 다급하게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국제 금융계의 생리에 무지한 우리 정부가 IMF.IBRD (세계은행) 및 선진국 은행들과의 협상을 서두르는 바람에 차관도입과 외채 만기연장 때 사상 유례없는 악조건을 받아들이는 잘못을 범했다" 고 비판했다.

朴교수에 따르면 연초의 30억달러 세계은행 차관의 경우 한국은 통상적인 대출금리의 4배를 물었을 뿐 아니라 이자외 수수료까지 낸 첫 사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고금리를 통한 긴축등 IMF의 주문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가 심각하지 않은 한국경제현실에는 전혀 맞지 않는 대책" 이라며 "지금이라도 IMF와 재협상해 재정적자 확대, 이자율 인하 등을 통해 경기부양 정책을 펴야 한다" 고 주장했다.

朴교수는 특히 민간부문 외채의 모라토리엄 (지불유예)가능성과 관련, "민간부채에 대해선 정부가 보증 설 필요가 없다" 고 말했다.

그는 "해외전문가들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최장 5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 강조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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