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초중학교서 '6.25 기근체험 행사'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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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4일 낮 12시 전주초등학교 식당. 6백70여명의 학생들이 점심식사중인 이날 식당 모습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보통때라면 콩이나 조를 섞은 푸진 쌀밥에 고깃국과 햄.소시지.계란 등이 나왔겠지만 '6.25 기근체험 행사' 인 이날 점심엔 수제비 한그릇에 반찬은 김치 하나만 달랑 나왔다.

5분만에 한그릇을 다 비우고 자리를 일어선 6학년 金명철군은 "TV나 선생님.부모님들로부터 6.25 얘기를 들을 때면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수제비를 먹으며 당시를 생각해보니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말했다.

金군은 "지금까지는 밥을 남겨 몰래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앞으로는 무엇보다 음식을 소중히 여기겠다" 고 다짐했다.

김팽수 (金彭洙) 교장은 "풍요에 젖은 학생들이 기근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을 뿐 아니라 점심비용도 50여만원이나 남아 급식비를 못내는 어린이들을 위해 쓸 예정" 이라며 "관계자들과 협의, 지속적인 행사로 발전시킬 생각" 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주시교육청은 6.25주간을 맞아 이같은 '기근 체험의 날' 행사를 33개 초중학교 2만3천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다.

각 학교는 주먹밥과 감자떡.옥수수죽.꽁보리밥.시래기 된장국 등으로 식단메뉴를 짜 어려웠던 시절을 상기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 교육청은 기근체험의 날 운영으로 절약되는 비용을 2천여만원 정도로 추산하고 이를 사랑의 성금구좌와 이웃사랑회에 기탁할 계획이다.

전주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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