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뚜로 가는 미국 영화직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영화를 안받을 수도 없고…. " 한동안 극장 운영자들은 한숨을 내쉬며 고민에 빠졌다.

7~8월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밀려들어오는 '대목' .하지만 스크린 뒤에서는 '고질라' 를 배급하는 콜롬비아트라이스타 등 직배사들의 '횡포' 때문에 씁쓸한 해프닝이 있었다.

27일 개봉을 앞둔 '고질라' 의 경우, 콜롬비아사가 극장측과의 계약서에 '8주동안 개봉해야 한다" 는 조건을 단 것. 지난달 20일 미국 7천4백여개 (단일 영화로 최다 스크린 개봉) 극장에서 개봉됐지만, '고질라' 의 흥행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 조건은 누가 봐도 억지였다.

이 조건을 수용할 수 없어 상영작을 '아마겟돈' 으로 바꾼 극장도 없지 않지만 많은 극장들은 '가슴앓이' 를 하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후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콜롬비아측은 극장관계자들에게 "본사에서는 7 (직배사) 대3 (극장) 으로 입장수입을 배분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안받아들였다. " 고 생색을 냈다.

기존 분배 비율이 6대4인 점을 감안할 때, 7:3배분은 극장측으로선 '살떨리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콜롬비아측은 또 위약의 경우를 대비해 일부 극장에 약속어음이나 백지어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중에 직배사들의 '끼워팔기' 는 '구문' 에 불과하다는 분위기. '고질라' 는 '파리의 늑대인간' '사랑은 다 괜찮아' 등과, 디즈니의 '아마겟돈' 은 '뮬란' 과 패키지로 배급됐다는 얘기다.

직배사측이 '강요' 하지 않아도 극장측이 '예의' 로 패키지를 받아들인다는 얘기가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한편 콜롬비아사측은 여론이 흉흉하게 돌아가자 "본사에서 8주상영을 주장해 계약서에 넣기는 했지만, 한국사정을 아는 상황에서 이를 '법대로' 고집할 생각은 없다" 고 물러섰다.

극장계는 "이번 일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직배사가 어떤 요구를 더 해올지 모를 일" 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