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개발 합의로 기대부푼 경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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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남북경협이 드디어 물꼬가 터질 것인가.

정주영 (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이 분단이후 첫 민간인의 판문점을 통한 북한방문에서 북한측과 금강산 관광개발등에 합의하면서 남북 경협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대측은 또 자동차 공장 설립.원산 조선소 사업 등 구체적 경협 논의는 7월초 김윤규 (金潤圭) 현대건설 부사장등 실무진을 북한에 보내 협의한 뒤 9월엔 鄭명예회장이 다시 방북해 최종 합의키로 했다고 밝혀 남북경협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현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경협사업은 지난 89년 鄭 명예회장이 방북당시 의정서를 체결하고 돌아온 ▶금강산 공동개발 ▶시베리아와 극동지역 개발사업 공동진출 ▶원산 조선소와 철도차량 사업 등이다.

여기에 이번 방북을 통해 승용차조립공장 설립.고선박해체사업 (연20만t).철근공장 (연7만t) 설립.제3국 건설시장 공동진출 문제등이 추가됐다.

특히 울산에서 부품전량을 북한에 가져가 조립하는 이른바 '완성차 해체수출방식 (CKD방식)' 으로 북한에 소규모 승용차 조립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은 북한측과 상당부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그동안 "대북사업은 이제까지의 경공업이 아닌 중공업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고 주장해 왔듯이 본격적인 중공업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이밖에 대우.LG 등 대기업들도 최근 대북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대기업들의 다양한 프로젝트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는 김우중 (金宇中) 회장이 지난해 말 방북해 경협논의를 하고 오는 등 대북사업에 다른 그룹들 못지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남포공단 의류임가공공장외에 가전제품조립공장 설립과 나진.선봉지역 호텔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LG는 기존 TV조립생산에서 앞으로는 북한에 TV생산공장을 짓기로 하고 교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경협은 양적인 면에서는 95년이후 북한의 3대 교역국의 하나로 자리잡았으며 북한의 남한 무역의존도가 12%에 달할 만큼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간접교역과 구상무역 방식에 의존한 단순 교역과 위탁가공 교역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이같은 계획은 남북경협이 직교역과 투자 등 본격적인 경협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협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생수사업 (태창).광고 (아자커뮤니케이션) 등 정부로부터 남북 협력사업이나 사업자 지정을 받은 업체들의 경협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박상희 (朴相熙) 회장 등 중소기업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방북단을 구성해 올 하반기내 방북을 추진하고 있고, 이에 1백10여개의 업체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대기업.중소기업의 본격적 경협이 기대된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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