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타삼존불 발굴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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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금까지 알려진 어느 고려불상보다 뛰어난 금동아미타삼존불 (金銅阿彌陀三尊佛) 이 새로 소개되면서 국내 고려불상연구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학계가 이번 아미타삼존불 공개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목은 우선 그간 불상연구자들이 품고있던 고려불상에 대한 고민 내지는 의구심 하나가 해결되었다는데 있다.

불교의 나라 고려는 다방면에서 불교예술이 꽃피었다.

그 대표적 예가 고려불화고 부처님 공양에 쓰인 고려청자였다.

세계적 예술품인 불화나 청자와 달리 불상쪽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석굴암 본존불에서 보이는 것 같은 통일신라시대의 화려한 불상전통이 사라지고 갑자기 수준이 낮아진다.

그래서 통일신라시대 후기부터 등장하는 지방색 (地方色) 의 영향으로, 또 몽고지배가 가져온 티베트계 밀교의 영향이란 말로 이런 고민을 설명해왔다.

이 불상을 조사한 강우방 (姜友邦)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내려오는 한국불상의 계보 속에 놓인 당당한 고려 불상이다" 라고 말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단정하며 우아한 얼굴 모습과 화려하면서도 힘이 있는 세부처리가 몽고지배를 받기 이전의 고려불상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

또 이 불상이 주목 대상인 것은 형태. 연꽃 줄기에서 뻗어난 연꽃을 좌대 (座臺) 삼아 삼존불을 모신 불상은 국내에서는 고려불상에서만 보이는 형태지만 사례가 불과 3건에 그쳐 연구가 답보상태에 머물러왔다.

충남 당진의 영탑사 (靈塔寺) 금동삼존불 (보물4백9호).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소장 삼존불.동국대박물관 소장 삼존불이 이번에 공개된 불상과 모두 같은 형태인데 이런 이형 (異形) 불상의 계보에 대한 설명이 불분명했었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아미타삼존불의 존재로 말미암아 연꽃줄기 좌대 불상이 고려 전성기인 13세기 중반에 이미 출현했다는 사실만은 명확히 인정받게 됐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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