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在佛 원로화가 백영수시 국내 초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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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화가라고 언제나 그림에만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화가에게도 가장 중요한 건 살아가는 일입니다" . 세상사의 고통 따위에는 애초부터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보통사람은 아예 생각 조차 할 수 없는 낭만적 기행 (奇行) 으로 가득 찬 별난 삶을 화가다운 삶으로 생각해온 사람에게 재불 (在佛) 원로화가 백영수 (白榮洙.76) 씨가 하는 이런 얘기는 싱겁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는 평소 '사람들 속에서 즐겁게 사는 일만큼 더 좋은 것이 있겠느냐' 고 믿는 생활지상주의자다.

좋은 그림이 그 속에서 나온다는 것은 그의 지론. 그래서 21년째인 파리생활에서도 언제나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미술학도 말고도 파리주재 상사원에서 신학공부를 하러온 신부.한의사.항공사직원까지. 신참체류자에 대한 자질구레한 걱정에서 심지어 남불 (南佛) 니스 근처의 산악마을 빌라 쉬르 바에 있는 그의 자그마한 별장 아틀리에까지 그는 사람들을 데려가 프랑스 시골생활을 맛보게 했다.

빌라 쉬르 바에 초대된 사람들 가운데 30명은 스스로를 빌라당 (黨) 이라고 이름짓고 그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왔는데 지난해부터 일년에 한달간 의정부 옛집에 돌아오는 그를 맞아 올해는 빌라당이 그의 초대전을 꾸몄다.

무역센터 현대아트갤러리에서 28일까지 열리고 있는 백영수전이다.

02 - 3467 - 6689.소개작품은 파리에서 백씨가 가져온 20여 점의 유화. 젊은 시절 김환기.장욱진.이중섭과 함께 신사실파를 결성해 활동했던 그의 그림은 지금도 서정적 분위기가 물씬 배어있다.

얇은 선으로 묘사된 시골마을과 가족 같은 따사로운 정이 묻어나는 인물의 모습은 그가 그림 밖에서 꿈꿔온 인생의 그림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현실 속에 일부가 실현된 꿈이기도 하다.

백씨는 77년부터 파리에 정착, 활동해오고 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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