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하반기 경제운용,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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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올 하반기 경제운용의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가 어제 ‘경제회복 기반 강화-민생 안정-재도약 준비’라는 부제를 붙인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내놓았다. 골자를 살펴보면 확장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또 경제위기 이후에 대한 대비도 잊지 않았다. 연구개발 투자와 인력양성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하면서 장기적으로 재정건전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단 전반적인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최근 일부 경제지표들이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완전히 바닥을 벗어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1.5%로 0.5%포인트 끌어올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잠재성장률(4%로 추정)을 여전히 크게 밑도는 수치다. 여기에다 고용한파가 이어지면서 실업대란이 장기화될 조짐이고 국제 원자재 가격도 불안한 모습이다. 올 하반기 세계 경제가 더블 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불확실한 경제환경에선 확장적 정책기조의 유지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할 수 있다. 지금은 간신히 피워 올린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정부 혼자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는 없다. 정책수단이 극도로 제한된 점도 부담스럽다. 그동안 경제위기에 대처하느라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금리를 내릴 여력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민간 부문의 경제활력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궁극적인 경기회복도 민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야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종래의 대출 대신 기업의 설비자금을 대주는 ‘공동투자방식’은 눈길을 끄는 카드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구조조정과 규제완화다. 부실을 털어내는 확실한 구조조정은 시장에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또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수도권 규제완화와 공기업 민영화만큼 효과적인 처방전이 없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운용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우선 착시현상부터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상반기 경제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위기극복을 위해 재정을 엄청나게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재정 투입의 약효가 떨어지면 경제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확장적인 경제정책을 꾸준히 유지하되 긴장은 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경제운용방안에서 밝힌 대로 경제위기 이후에 대비한 준비작업도 차근차근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비뚤어진 노사관계를 바로 세우고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것을 더 미룰 수는 없다. 계속 악화될 게 뻔한 재정적자도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 이 전망치가 현실이 되려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