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밀입국 멕시코인 '죽음의 월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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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멕시코인 밀입국으로 늘 골머리를 앓고있는 미국 정부가 이번에는 색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국경수비 강화에도 불구하고 밀입국자들 숫자가 줄지 않을 뿐 아니라 밀입국자들이 단속이 허술한 산악.사막.강 등 위험한 코스로 루트를 바꿨고 밀입국과정에서 사망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 이민귀화국 (INS) 이 추산한 미국내 불법 입국자들은 대략 5백여만명. 이중 멕시코인은 2백70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멕시코인들이 밀입국하다 사망하는 수가 늘고 있으며 올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무려 51명이 밀입국하다 숨졌다.

휴스턴 대학은 93년부터 96년까지 4년동안 모두 1천1백85명이 국경을 넘다 사망했다는 통계도 내놓고 있다.

1주일에 6명 꼴로 숨진 셈이다. 사망자가 이처럼 늘고 있는 것은 밀입국자들이 국경선을 넘기 쉬운 평지나 중소도시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단속의 손길이 뜸한 사막.산악.계곡 등 위험한 코스를 이용, 밀입국하기 때문이다.

특히 클린턴 행정부가 94년 도입한 '게이트키퍼 작전' 은 엘패소.브라운즈빌.샌디에이고 등 도시지역의 단속에만 치우친 결과 밀입국자들을 위험지역으로 내몰았다는 분석이다.

물 한방울 없이 사막.산악지역을 통과하거나 무리해서 물살 센 강물을 건너다 보니 자연히 사망하는 사례가 늘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과 멕시코 정부는 이례적으로 지난 16일 총 길이 3천2백㎞에 이르는 국경지역의 경비를 강화, 사망자를 줄이는데 공동 노력키로 합의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밀입국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 사람에게는 2천5백~5천달러 (약 3백50만~7백만원) 의 포상금이 주어지고 미 민간항공대는 매일 사막.산악지역을 순찰,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탈출루트의 변화는 단속 실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사막.산악지역이 밀집한 캘리포니아 동부 엘센트로 구역은 전통적인 밀입국루트인 샌디에이고를 누르고 새로운 단속 수위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INS는 이 지역에서 올 상반기에만 11만5천여명의 밀입국자를 적발했고 올해 전체로는 24만명을 적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28만4천명을 검거했지만 17년째 단속실적이 줄고 있고 올해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INS는 지난해 경비대원 숫자를 87명 증원, 3백40여명으로 늘린데 이어 이달중 추가로 25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밀입국 루트가 바뀜에 따라 경비체제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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