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닥권 헤매는 국가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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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전혀 개선되지 못한 채 조사대상 46개국중 바닥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 (IMD) 의 발표는 새삼 우리 처지를 돌아보게 하는 뉴스다.

때마침 월드컵 본선 32개국중 최하위의 실력을 TV로 본 국민을 또다시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좌절하거나 분노해도 안되고 그래봐야 소용이 없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가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받아들이고 현재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 추진하는 경제쇄신작업을 하루빨리 마무리짓는 수밖에 없다.

그 것만이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고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는 길이다.

IMD의 조사중 눈에 띄는 점은 역시 정부부문의 낙후와 금융 및 기업경영이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국제화에 포함되는 항목 대부분에서 최하위를 차지했다.

단적으로 평가해 경제의 양적 규모는 늘었을지 몰라도 질적인 측면, 특히 사회 각 제도나 기구의 효율성은 국제수준으로 볼 때 매우 낮다는 것이다.

우리 나름대로는 노력했다고 하지만 우리가 노력했을 때 외국의 경쟁국이 기다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더 뒤처지고 말았다.

지구촌 경쟁의 강도와 규모를 더 깊이 인식하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져야 할 대목이다.

조사결과는 구조조정의 방향이 공기업을 포함한 정부부문 개혁이 급선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정부 스스로가 바뀌지 않으면서 민간에게 아무리 당위성을 설득해도 한계가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공기업의 민영화나 매각에 저항하는 관료들이 아직도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은 개혁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보게 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우리가 진행중인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이 미처 반영되지 못했다. 따라서 빨리 구조조정을 매듭짓는다면 다음 조사에서는 순위가 상당히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나마 인적자원 부문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여기도 대량실업시대를 맞아 질적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정부나 기업이 인식하고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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