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죽음 앞두고 노래한 '생의 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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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삶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죽음도 자연스럽다네. 우리가 맺은 계약의 일부라고. "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자신의 죽음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적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꿈들을 얄팍한 월급봉투와 바꾸며 생을 허비하다가 죽음에 이르면 지나온 모든 것들을 후회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발끝부터 서서히 마비되기 시작해 어느 순간 죽음을 맞게 되는 루게릭병에 걸려서도 절망 대신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죽는지를 알아야 어떻게 살아갈지를 배운다며 담담하게 죽음을, 아니 인생을 받아들이는 사람.

바로 이 사람의 이야기를 적고 있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에미상 수상 경력의 저명한 스포츠 방송 칼럼니스트인 미치 앨봄이 죽음을 앞둔 대학 은사 모리 슈워츠 교수와 나눈 14주 동안의 인생이야기를 옮긴 책이다 (세종서적刊) . 모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가족' 과 '감정' '나이드는 두려움' '용서' 등에 대해 계속된 둘만의 인생 토론은 삶의 진정한 의미가 무언인가 하는 물음을 독자들 스스로 던지게 만든다.

사람들 대부분은 죽음 뿐 아니라 늙어간다는 사실조차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모리는 '나이 드는 두려움' 조차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나이드는 것을 쇠락이 아닌 성장으로 바라본다.

갈등과 고민에 휩싸인 젊은 시절과 달리 죽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향수 한 병에 아름다워진다거나 브랜드 청바지를 사면 섹시해진다고 믿는 바보 같은 젊음을 때로 질투하기도 하지만 나이 먹는 것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

결국 나이는 먹고 마니까.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게 되고 혼자서 옷을 벗을 수 없게 되고, 이제는 숨쉬기를 제외한 모든 행동을 남에게 의지하게 된 상황도 모리는 비참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아기로 다시 돌아간 생활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인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보스턴의 브랜다이스 대학 사회학과 모리 슈워츠 교수는 94년 루게릭 병을 선고받았다. 신이 내린 형벌에 절망하기보다는 생각날 때마다 인생에 대한 성찰을 메모해 나갔다.

이렇게 모인 글들이 보스턴 글로브 지에 소개되고 다시 95년 ABC TV의 나이트라인에 인터뷰가 방영되면서 미국인들 가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의 저자 미치 앨봄 역시 이 방송을 보고 스승을 찾아 수강생 1명뿐인 마지막 수업을 시작했다. 졸업식 대신 치러진 장례식에 바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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