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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존엄사 택한 7명 중 2명 세상 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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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대병원의 존엄사(尊嚴死) 공식화 이후 한 달여 동안 2명이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허대석(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4일 “지난달 18일 서울대병원이 말기 암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를 하지 않기로 공식화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7명의 환자가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로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했다”며 “이 중 말기 위암환자(69)와 말기 대장암 환자(53·여)가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았고,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고 사망했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지 이틀째를 맞은 김모 할머니의 건강 상태 등과 관련해 박창일 연세의료원장(右)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금기창 세브란스병원 홍보실장. [연합뉴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두 환자의 임종이 가까워지자 주치의가 가족들에게 사전 의료지시서 제도를 설명했다. 가족들이 이를 받아들였고, 환자를 대신해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했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등 세 가지 연명치료를 모두 원하지 않는다고 서명했다. 환자가 의식 불명이라 가족들이 대리인 역할을 했다. 이 중 한 명은 서명 당일, 또 다른 한 명은 서명 다음 날 사망했다. 병원 측은 환자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사망 날짜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전의료지시서는 환자가 죽음이 임박했을 때를 대비해 심폐소생술 등을 할지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존엄사를 선택한 7명의 환자 중 사망한 두 명을 포함해 5명은 가족들이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해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서울대병원의 존엄사 허용 이후 처음으로 존엄사를 선택한 림프종 환자(85·여)와 두경부암 환자(76)는 직접 서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대리인을 인정할 경우 환자의 평소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적 이유 등으로 존엄사가 남용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백선경(혈액종양내과) 전임의는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하려면 환자가 임종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가족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를 꺼린다”며 “ 임종이 임박해서야 겨우 사전의료지시서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어 대리인 서명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허 교수는 “가족이 존엄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며 “의료진이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한 정보를 환자에게 미리 주고 싶어도 가족들이 중간에서 이를 막아 환자의 선택권을 뺏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전의료지시서에 직접 서명한 림프종 환자와 두경부암 환자는 병세가 그리 위중하지 않아 통원 치료를 받고 있던 사람들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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