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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살 길은 친환경 농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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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초등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맑은 개울이 있었고 우렁이.미꾸라지.메뚜기.반딧불이 등을 잡느라 악동들의 하루가 짧았다. 그러나 요즘 가끔 가보는 고향은 군데군데 들어선 공장.축산 사육장, 화학비료와 농약에 오랫동안 의존해 온 농법 때문에 옛날의 깨끗한 자연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지난 40여년간 산업화.도시화가 진전되고 좁은 경지에서 많은 국민을 부양하기 위해 부득이 화학비료.합성농약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연중 싱싱한 채소.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비료.농약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농산물 소비가 줄면서 품목별로 생산과잉 상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몸에 좋고 안전한 농산물만 찾고 있다. 전체 농산물 수요는 늘지 않았지만 친환경 농산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관련 시장 규모도 지난해 4000억원에서 올해 6000억원으로 늘었다. 2~3년 후면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기존의 농법을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산둥(山東)성과 동북 3성 지역을 중심으로 녹색식품(Green Food)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농이 주류를 이루는 우리 농업이 살 길은 친환경 농업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 실정에선 경작 규모를 키워도 세계적 수준에서 보면 어차피 가족농의 범주에 해당하므로 친환경을 전제하고 육성해야 한다. 여건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좀더 확실한 비전과 실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농업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도시 소비자들이 생산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신뢰를 줘야 한다. 소비자의 관심과 격려도 필요하다. 친환경 농업의 혜택은 농촌 사람뿐 아니라 도시민에게도 돌아간다. 다소 비싸도 국내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황근 농림부 친환경농업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