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아마겟돈'주연 브루스 윌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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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을 핵무기로 파괴하는 영화 '딥 임팩트' 에 이어, 충돌 18일을 남겨 두고 발견돼 지구 파멸을 예고하는 소행성과의 긴박한 싸움을 그린 '아마겟돈' (성서에 나오는 말로 '인류의 최후' 또는 '마지막 싸움' 의 뜻) 이 다음달초 미국과 한국에서 개봉된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석유굴착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14명의 특공대를 소행성에 착륙시켜 핵무기를 땅속 깊이 묻고, 별을 폭파하는 작전이 줄거리다.

지난 13일 미국 LA 새뮤얼 골드윈 극장에서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감독 마이클 베이와 리브 타일러 등 주연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첫 시사회에선 압도하는 SF 영상에 캘리포니아주립대 학생 등 참관단의 환호와 박수가 자주 터져나왔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브루스 윌리스의 변신. 석유굴착전문가로 특공대에 뽑힌 그가 예의 '건달'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진 건 아니지만 눈물까지 흘리며 그려낸 감성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부르스 윌리스는 지난 15일 LA 리츠 칼튼 호텔 인터뷰장에 청바지.남방 차림에 야구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먼저 변신 소감을 물었다.

"이번 배역은 감성을 많이 불어넣어야 했다.

특히 딸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좋았다.

나도 이제 아이가 생겨서인지 감정을 싣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느낌이다. " '다이 하드' 로 상징되는 그는, 온갖 위험에 노출돼도 절대 안 죽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상황이 다르다.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죽는 것을 연기하고 싶었다.

'다이 하드2' 에선 정말이지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속편이 남았기 때문인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죽음의 연기는 매우 서정적인 것이다.

특히 이번처럼 영웅으로 죽는다면 더욱 바랄 게 없다.

그렇다고 죽는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 '12몽키스' 에서도 죽었었다. "

이번 영화의 출연진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한 고통은 우주복 착용. 무겁고 불편한 것은 다음 문제고 공기가 통하지 않아 호흡이 곤란했다.

특히 밴 에플렉은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어 팔을 휘두르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모두들 연기를 하는 것인 줄 알고 도와주지 않아, 결국 바닥을 구르며 돌을 들어 스스로 헬멧 안면유리를 내려쳤던 적도 있었다.

"나 역시 힘들었다.

기술적 문제 때문인지 공기가 잘 안 통했다.

아무래도 난 더럽고 피 범벅된 누더기 옷을 입어야 제격인데…. " 제작진은 그가 다른 연기자와 친근하게 호흡을 맞춰간 것을 높이 평가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그가 촬영 내내 다른 연기자들과 끊임없이 농담을 늘어놔 오히려 진행이 힘들었다" 고 말할 정도. 물론 다른 출연진들도 그에게 고마워했다.

"나는 그냥 편하게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과 직접, 솔직하게 대화하고 싶고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이 좋다.

내가 영화배우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스크린에 나의 솔직함을 보여준 덕이라고 생각한다. "

그는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우선 한국 사람들이 좋다.

개인적으로 친근감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여럿이다.

이번 가을 쯤 다시 가보고 싶다.

딱 한 가지 마음에 안드는 건 교통체증이다. "

LA=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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