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스 영웅' 의사 7주 구금

중앙일보

입력 2004.07.21 18:04

업데이트 2004.07.22 08:53

지면보기

종합 17면

중국에서 '영웅 의사(醫師)'로 불리는 장옌융(蔣彦永.72)이 49일간의 구금에서 벗어났다.

그는 지난달 1일 베이징(北京)에서 딸을 만나러 가기 위해 미국행 비자를 신청하다 군 당국에 연행돼 외부와 연락이 끊겼었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21일 "장 의사가 건강한 모습으로 20일 자택으로 돌아왔다"며 "그는 7주간 '재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세뇌교육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의 한 관리도 석방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은 장 의사의 신변 문제를 놓고 중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해왔다. 지난달 28일 미국 상.하원 의원 28명이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에게 석방 촉구 서한을 보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8일 방중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실권자 장쩌민(江澤民)중앙군사위 주석에게 같은 뜻을 전달했다. 뉴욕 타임스 등 서방 언론은 그를 '용기 있는 지식인'으로 보도했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앞으로도 그에 대한 감시.통제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군부는 "이번 사건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며 "장 의사는 성실하지만 정치적으론 극히 무지하다"고 말하고 있다. 장 의사의 아들은 "아버지가 외부와 연락하거나 외출하려면 군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도 일절 금지돼 가택연금이나 다름없다. 장 의사는 석방 전 아내에게 메모 편지를 보내 "풀려나면 에이즈 치료법 연구에 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국제 사회의 압력을 의식해 장 의사를 조기 석방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중국이 과거 법적 근거도 없이 정치범을 '불순 분자'로 몰아 노동개조소에 가둬놓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용기 있는 지식인' 뉴욕 타임스 보도

◇장옌융 의사는=중국 최고 의료기관인 인민해방군 301병원 외과에서 30여년간 일하다 퇴역했다. 지난해 봄 중국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확산 실태를 해외 언론에 폭로해 '사스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에 따라 사스 은폐의 책임을 지고 위생부장과 베이징 시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3월엔 원로 당원 자격으로 중국 지도부에 "6.4 천안문 사태를 '애국학생 운동'으로 재평가하라"는 서한을 보내 중국 당국을 자극했다. 군부는 그를 구금한 뒤 '군 기율을 어겨 재교육하는 중'이라고 밝혔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모비온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