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지방백화점 줄줄이 '멸종'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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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향토백화점들이 계속되는 내수부진에다 극심한 경쟁으로 거의 '멸종' 에 직면해 있다.

터줏대감으로 수십년간 행세하던 지방백화점들이 서울 백화점과 할인점의 진출에 속속 무릎을 꿇고, 서울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상권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31개에 이르는 향토백화점중 그런 대로 버티고 있는 곳은 두세 개뿐. 나머지는 부도를 냈거나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산소호흡기' 로 연명하는 상태다.

◇막 내린 향토백화점 시대 = 광주에서는 화니.가든백화점의 부도에 이어 송원마저 지난 12일 간판을 내렸다.

송원은 한때 신세계백화점의 광주 진출에 맞서 정면대결로 나갔으나 역부족을 느끼고 현대백화점에 10년간 경영을 위탁하고 말았다.

부산에서는 태화.미화당.신세화.세원.리베라백화점이 모두 쓰러지는 바람에 부산백화점만이 롯데.현대 등과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울산에서는 주리원백화점이 현대로 넘어갔고 마산 성안백화점도 대우백화점이 들어서기 무섭게 부도를 냈다. 청주 흥업.전주 전풍.인천 희망.제주 롯데참피온백화점도 줄줄이 부도를 냄으로써 살아남은 곳이 손꼽을 정도다.

◇지방상권의 재편 = 인구 1백30만명, 연간 5천억원 규모의 광주지역 백화점 상권은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업계 '빅3' 의 격전지가 돼버렸다.

3년전 일찌감치 터를 잡은 신세계는 이 지역 백화점 상권의 절반을 차지한 기득권을 지키기에 열심이고 현대.롯데가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현대는 송원백화점 위탁경영을 교두보로 삼아 광주상권 공략에 나섰고 롯데는 오는 9월 광주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5개의 지방백화점이 무너진 부산지역은 롯데.현대의 독무대가 되다시피 했다. 롯데.현대 두 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이 1년전 47%에서 최근 70%까지 치솟았다.

◇할인점시장도 혼전 = 자본력이 앞선 외국계할인점들의 다점포화전략도 지방상권을 크게 흔들고 있다.

프랑스 까르푸는 2000년까지 점포를 전국에 2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고 프라이스클럽.마크로의 지방진출도 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 월마트가 킴스클럽 17개 점포를 통째로 인수하려는 협상을 진행중이어서 이 계약이 성사될 경우 할인점업계는 또 한차례 거센 지각변동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업체로는 현재 11개의 점포를 확보한 신세계 E마트가 연내 5개 점포를 추가할 계획이며 연초 삼성플라자의 본부인력을 넘겨받은 홈플러스는 2000년까지 20개 이상의 할인점을 낼 청사진을 갖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같은 지방상권의 변화에 대해 "소비자에게는 고급상품 및 서비스를 싸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반면 업체들로서는 좁은 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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