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리뷰] 일본 듀오 '프라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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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18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일본 혼성 재즈 듀오 '프라이드 프라이드(Fried Pride)'의 첫 내한공연은 진지함과 흥겨움이 공존하는 무대였다.

처음엔 클래식 공연장에라도 온 듯 한 음이라도 놓칠세라 숨죽여야 했다. 그만큼 30여년 경력의 기타리스트 요코타 아키오(45)는 진지하고 정교하게 연주했다. 기타는 멜로디를 표현하면서 동시에 리듬을 잡아냈다. '두루루 두루루'라는 식으로 입으로 기타 소리를 따라잡는 스캣(scat)을 듣는 재미도 있었다. 여성 보컬 시호(29)의 재능도 만만치 않았다. '재즈 보컬'답게 즉흥적인 애드립과 스캣에 강했다. 어머니가 한국인이기 때문일까. 힘없고 빈약한 느낌이 드는 여느 일본 보컬들과 달리 성량도 풍부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공연은 흥겨워졌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관객들의 입에서도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발매된 앨범 '스트리트 워킹 우먼'에 수록된 '클로스 투 유(Close to you)'를 부르는 순서에서는 시호의 리드로 남녀 관객들이 파트를 나눠 즉석에서 코러스를 하기도 했다. 객원 퍼커션(타악기) 연주자도 리듬 파트를 맡아 공연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요코타는 "마음에 드는 베이스주자가 없어서 기타로 베이스.드럼 등 모든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시호도 마찬가지였다. "기타와 보컬만으로도 부족한 느낌이 없도록 하려다 보니 입이 여러개의 악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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